정찬흥 정치2부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엄동설한에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시행되고, 연말에는 우리 역사를 또 한 번 뒤흔들어 놓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양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는, 앞으로 남은 1년여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연초부터 모임이란 모임에는 빠짐없이 얼굴을 내비쳐야 하고, 경조사에다 민원 해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지역은 넓고, 가야 할 곳은 한도 끝도 없다.
자신들의 지난 1년간 성과를 선전하는 의정 보고회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공천도 문제다.
같은 지역 국회의원끼리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개헌 공방을 벌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공천 방식이 지역여론에 더욱 비중으로 두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더욱 신경 쓰이게 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할 만큼 했다, 정치인으로서 천수를 누렸다'면서 벌써부터 지역구 위원장 교체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야권 연대를 해야 하는 야당의 상황도 녹녹치 않다.
지역구 중 일부는 연합공천을 하는 정당에 양보해야 한다. 거기에다 경쟁자들은 지난 3년간 지역구를 밑바닥 훑듯 샅샅이 헤집고 다녔으니 주먹질과 줄서기, 거수기 노릇으로 시간을 보낸 일부 국회의원 입장에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더 큰 일이다.
지난 몇 년간 광우병 파동, 온갖 인사 잡음, 인권 침해, 예산 강행 처리, 4대강 논란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최근에는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구제역에 물가 폭등까지 겹치며 나라 전체가 뒤숭숭하니, 여야 어느 쪽도 맘 편히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
최근 속속 발표되는 여론조사도 양쪽 진영 모두를 긴장하게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보다는 야당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이석현 의원의 헛발질 이후 무상복지 시리즈로 혼란에 빠져 있다. 복지정책을 무더기로 쏟아 놔도,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이 복지를 더 잘 챙길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국민이 '민주당을 대안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 중 하나인 셈이다. 최근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서갑원 의원의 대법원 판결도 상황을 더 꼬이게 한다.
정치의 계절은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역에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던 정치인들이 마음에도 없는 '국민의 공복'으로 돌변해 주민을 찾기 시작한다. 당연히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행태다.
TV에서 열변을 토하던 유명 정치인이나, 돌주먹을 휘두르던 챔프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 보듯, 단순한 구경거리로 지나칠 일이 아니다. 만약 현역 정치인들에게 실망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경쟁자들에게 관심을 돌려 보자.
젊은 패기로 도전장을 내미는 '정치 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세밑 맹추위에 찾아온 정치의 계절,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주인의 자리'를 찾게 된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만이다. 표를 얻은 정치인들이 또 다시 지역을 떠나 주먹다짐, 멱살잡이로 3년을 보낸 뒤, 어느 날 어색한 웃음을 띠며 다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주인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