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이 질문을 받자 앞자리에 앉은 유기석 학생이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북한은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교에 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고등학교가 없습니까?』

 담임선생은 인구를 보고 답변해 달라고 했다. 인구는 기자회견 때처럼 질문내용을 메모한 뒤 북한의 학제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은 어머니들이 대부분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면 처음 얼마간은 집에서 키우다 대부분 탁아소에 맡겨서 키웁네다. 기러다 만 4세가 되면 유아원에 들어가게 됩네다. 유아원은 낮은반 1년 과정과 높은반 1년 과정으로 되어 있으며 이 2년 과정을 마치면 모두 인민학교에 들어갑니다. 북한의 인민학교는 남조선, 아니 대한민국의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와 비슷하며 교육기간은 4년입네다. 이 인민학교 과정을 마치고 나면 모두 고등중학교에 들어가는데, 교육기간은 중등반 과정 4년과 고등반 과정 2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친 결과가 되기 때문에 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네다.』

 학생들은 그때서야 고등중학교가 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때 오기석 학생이 손을 들었다. 담임 선생은 발언권을 주면서 질문하라고 했다.

 『북한에도 예비고사(지금은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란 것이 있습니까?』

 담임 선생은 좋은 질문을 했다면서 인구에게 답변해 달라고 했다.

 『옛날에는 없었습네다. 그러나 1980년 3월부터 고등중학교 졸업생 전원을 대상으로 「국가판정시험(국가고사제)」을 실시해 이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추천해 주고 있습네다.』

 『추천만 받으면 대학에 가서는 본고사는 치지 않습니까?』

 『아닙네다. 추천을 받아도 해당 대학에 가서 또 대학입학시험을 쳐야 합네다.』

 인구의 대답이 끝나자 박승노 학생이 손을 들었다. 담임 선생은 질문하라고 했다.

 『북한의 고등중학생들은 국가판정시험 때 몇 과목을 시험칩니까?』

 『시험과목은 수학·물리·화학·외국어·김일성혁명역사, 일케 다섯 과목입네다.』

 『그러면 국가판정시험에 합격하면 추천은 누가 해 줍니까?』

 『졸업이 가까워 오면 담임 교원이 반 학생 모두에게 장래희망과 목표를 적어내라고 합네다. 그러면 학생들은 희망설문지에다 자신의 희망과 목표를 세 개씩 적어냅니다. 담임 교원은 그것을 정리해 학교 정치부 교장에게 갖다 줍네다. 학교 정치부 교장은 그것을 보고 개인별로 담화해서 각 도·시·군에 있는 대학입학추천위원회에 추천해 줍네다. 기러면 대학추천위원회에서는 고등교육부에서 내려온 「대학생추천원칙」이라는 부령(部令)에 따라 해당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의뢰합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