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새해설계


"인천의료원은 모두가 함께 쓰는 공공재입니다." 조승연(48) 인천의료원 원장은 새해 화두를 '공공의료 강화'라고 못박았다. 조 원장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뒤 3개월동안 인천대학교와의 통합, 노사갈등, 갈수록 커지는 적자 폭 등 수 많은 문제와 씨름했지만 의료원의 본래 목적인 공공의료만은 잊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아플 때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인천의료원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 원장은 "등산을 못할 정도로 바쁘게 보냈지만 이제야 감이 잡힌다"며 "시설 개선으로 수익을 만들고, 서민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덩치 큰 보건소에서 진정한 서민의료기관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하루를 분초로 나누며 달려온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부임 3개월동안 산적했던 의료원 관련 현안문제 해결에 힘을 쏟은 조 원장은"앞으로 진정한 의료기관으로 인천의료원이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양진수기자 eos1290@itimes.co.kr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

인천의료원은 인천시가 세운 '시립병원'이다. 진료비는 일반병원의 50% 수준이고, 환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무료로 치료하기도 한다. 없이 사는 사람일 수록 인천의료원이 주는 혜택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또 수익을 내지 않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없다. 의사들은 적절하게 진료하고,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치료나 검사는 권하지 않는다.
"일반 병원은 노숙인 환자가 오면 인천의료원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결국 인천의료원은 이들에게 마지막 안전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천의료원에 마련된 행려환자 병상은 사회 안전망 측면에서 보면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개인 병원에서 받지 않는 환자들을 책임지기 위해 병상을 따로 만든 것이다.
"노숙인 환자가 오면 깨끗하게 목욕시킨 뒤 새 옷을 입혀드립니다. 개인 병원은 이들을 받지도 않는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조 원장은 올해 인천의료원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한 연구 용역도 준비 중이다.


▲수익구조는 시설 개선으로

공공성을 담보하다보면 적자 누적은 피할 수 없다. 올해부터 지방채가 7억여원씩 돌아온다. 지금까지 누적된 적자는 40억여원이다.
"시립병원이 공공사업을 하다가 적자를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적자를 줄이면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해야겠지요."
장비와 시설의 현대화 작업은 진행 중이다.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병동 환경개선 사업과 지난해 들여온 최신 영상진단 장비(MDCT) 등은 앞으로 인천의료원이 '거대한 보건소'에서 '좋은 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장례식장의 열악한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에 있는 승강기는 3인승 짜리로 장례식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례식장은 승강기만 바꿔도 월 3억~4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거라 봅니다."
조 원장은 의료진에 대해 "인천의료원 의사들은 서울의대 출신들이 많다"며 "중상 이상의 수준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조합과 함께 간다

조 원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의료원에 처음 부임한 뒤 직원과 거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직원 2명이 저에게 아무 말도 안하고 결혼하더군요. 제가 왜 소식을 전하지 않았냐고 묻자 직원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로의 생활을 전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적인 문화가 없었다는거죠."
조 원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술자리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조 원장과 인천의료원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공공의료 실천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부임한지 2개월만이었다. 공동선언에는 공공의료 강화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협력할 때도 있지만 대립하게 될 때는 단체협상과 법에 따라 하면 된다는 것이 조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노조와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법이나 단체협상, 임금 체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며 "대립은 지양하고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인천대와의 통합은 신중히

인천대와의 통합 구상은 지난 2005년 인천의료원의 경영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학병원이 되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통합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신중하게 진행하자는 여론도 많다.
조 원장은 통합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첫 번째 답변이었다.
"너무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의료원이 대학병원으로 변하면 공공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제 의견으로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조 원장은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이 통합된 사례를 들었다. 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원이었지만, 서울대병원과 통합하면서 환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인천대는 국립화까지 바라보고 있는 학교입니다. 통합되면 공공의료원의 기본인 공공성이 훼손될 겁니다."
조 원장은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인천대가 의과대학을 만들고 나면 고려할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도 "대한의사협회에서 인천대의 의과대 신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개 낀 항해 … "내 역할 하겠다"

조 원장은 부임 3개월만에 새해를 맞는다. 그동안 큰 병원의 원장, 인천대와의 통합, 노동조합과의 관계 등 굵직하고 정치적인 문제들을 처음 겪었다. 과거에는 바쁘게 일선 의사로 활동했고, 인천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병원 경영만 신경쓰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조 원장은 오랜만에 진료를 했다. 인천의료원 근처의 보육원 아이들이 아팠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오랜만에 인천의료원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좋아했다. 사람의 병을 낫게하는 것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3개월동안 안개 낀 바다에서 항해를 한 느낌입니다. 이제 조금씩 방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81학번 출신으로 지난 1983년 부평구에 '열우물 진료소'를 열고 의료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빈민운동을 하던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조 원장에게 진료소 자리를 빌려줬다고 한다.
1989년 길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고, 1996년에는 본적을 인천으로 옮겼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 적십자병원에서 일했다. 외과를 전공했다.
취미는 등산이다. 일선 의사로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골프를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조 원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몇 차례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공공의료가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에서 원장직을 승낙했다.
조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난하다고 생각해서 권유했을 거라고 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