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옥 인천문화원연합회장 새해설계


 

   
▲ 김원옥 회장이 문화원의 존재이유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있는 만큼 시민의견에 귀를 기울여 그들에게 꼭 필요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양진수기자 eos1290@itimes.co.kr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에 취임한지 7개월여가 지났다. 연수구문화원장이기도 한 김원옥(66) 회장은 예술문화에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잰걸음을 놀렸다. 크고 작은 두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신묘년을 맞아 누군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한다. 2011년,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맛있게 먹겠다는 그의 '사냥방법'을 들어본다.

"문화원은 예술을 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전문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을 연결시켜 주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곳이지요."
김원옥 회장은 우선 문화원의 존재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 8개구에 하나씩 있는 문화원은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소통하는 문화관련 단체다. 문화원 직원들이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중매쟁이처럼 필요한 곳에 예술인과 시민들을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모든 행사는 시민들의 '필요'가 최우선이다.
"시민들이 문화전문가들의 모임인 예총보다 문화원에 대한 인식이 더 넓은 것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하고 싶었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거죠."
문화원에서 시민들은 교육, 생활, 역사, 다문화, 외국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문화원의 초기 역할은 향토문화를 개발하고 계승하는 것이었지만 세상이 변한 만큼 지금은 현대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날엔 먹고 사는데 바빠 문화는 뒷전이었다"며 "그런데 생활이 풍족해 진 지금 문화생활을 향유하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바로 문화원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제3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문화원을 보다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6월에 진행한 '미국의 달' 행사의 경우, 일부 사진전시에 그쳤던 예년보다 다채로운 행사를 위해 미국 재즈그룹 '리듬로드'의 공연을 유치하고 미국의 역사·문화·예술을 설명한 영상물을 상영했다. 또 '인천· 미국과의 기억전'과 '미국 특산품' 전시회도 열었다.
이 행사는 개항기 제물포구락부 회원국들을 매년 한 곳씩 정해 기념하는 행사로, 2008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엔 '독일의 달', 2008년엔 '이탈리아의 달'이 진행됐다.
"올해는 보다 세분화, 구체화 시켜보고 싶습니다. 한 달이 아니라 선정된 나라를 주제로 삼아 연관 전시와 공연을 1년 내내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구락부 안에 모니터와 미니어처를 설치해 역사자료, 사진, 그림 등을 소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그림을 보는데 만족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는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일의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하루에만 4~5만여 명이 방문하는 제물포 구락부가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한 번 왔던 사람이 다시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선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또 자랑스러운 인물 기념비 건립 사업도 추진할 생각이다. 각 구별로 사회 각계각층의 위인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공원에 설치하면 구민들로 하여금 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나아가 인천 전체에 대한 애향심이 생길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인천의 8개 문화원은 전국 227개 문화원들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구문화원은 다른 구에 비해 풍부한 문화시설들을 활용해 '영화학교'·'실버극단' 등을 운영하고 있고,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중구는 '중국어마을 체험교육'·'월미문화발간사업'을, 유적지가 많은 강화는 '개천대제'·'문화유적답사' 등의 특성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이다.
특히 연수문화원은 회원관리와 문화예술교육센터, 평생학습 경영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2010 대한민국문화원상' 종합경영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5년 연수문화원장에 부임해 '시 속의 인천', '작가와의 대화', '한국시 외국어 낭송회', '작가와 함께 하는 인천문학기행' 등 내실 있는 문학 프로그램으로 연수문화원 연간 회원을 20만 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에도 수십 개의 강좌와 사업들을 거의 그대로 운영할 방침이다.
"문화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얼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큰 결과차이가 나죠. 그런데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서 바로 눈에 확 띄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거죠. 하지만 문화발전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이뤄야합니다.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향상되면 그 사의 정치와 사회적 수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현재 인천에 동구와 옹진군이 문화원이 없는데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 연말 송영길 시장과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직접 연극무대에 오른 시도를 높이 샀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저는 그 분들이 조금이나마 문화에 관심이 있고, 잠시나마 문화인의 입장이 돼 봤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앞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에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올해, 연합회장과 문화원장 외 다른 '이름'으로 도전하는 일이 있다. 시집 발간. 그는 2009년 격월간지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했지만 그동안 바쁜 업무에 시집을 펴내지 못하고 있다.
"평소 글은 많이 끼적였는데, 대외적인 결과물이 없다보니 어떤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덜 드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써 온 글들 중 60~70편을 묶어 올해는 시인 김원옥의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인천 8개구 문화원장들 중 유일한 문화예술 전문가인 김 회장은 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글은 자신을 재확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생각들을 글로 적고, 눈으로 읽어 다시 머릿속에 넣는 과정은 자신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죠. 또 글을 쓰면 침착해 지고 사려가 깊어집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엔 문학·미술·음악·전통예술 등을 다룬 문화예술 계간지 '아트리그'를 펴내기도 했다. 100여명에 이르는 서울·인천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문화네트워크를 형성, 고민하고 토론하는 예술모임을 만들었다. 이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은 지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러 분야를 접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로 떠오르기도 하고, 친분을 쌓았던 예술 전문가들은 직접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김 회장은 지금도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문화원 발전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각 구를 아우를 수 있는 연계프로그램이 가장 시급하다. 연말에 진행되는 발표회 형식의 '한마음 큰잔치'가 있지만 더욱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형태가 필요하단 판단이다.
"다른 단체들과 달리 각 구에 하나씩 위치해 있어 시민들에게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볼 생각입니다. 늘 그렇듯 예산부족이란 어려움이 있지만 시나 구에서 주최하는 문화프로그램, 기업 메세나 등의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문화원장으로 지낸 5년, 연합회장이란 직책까지 맡아 정신없이 보낸 지난해처럼 올해 역시 열심히 발로 뛰며 지금도 '정신적 굶주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겠습니다."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 김원옥 인천문화원연합회장은 …

●1945년 출생
●학력
- 1967년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졸업
- 1970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불문과·석사) 졸업
- 1982년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 불어교수법 단기과정 이수
- 1986~1989년 프랑스 루앙대학교 대학원 프랑스문학 박사과 정 수료
●경력
- 1977~1990년 목원대학교,배재대학교, 한양대학교 ,숭실대학 교 불문과 출강
- 2007년~현재 인천 프랑스문화원 운영위원장
- 2008년~현재 인천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2008년~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
●번역서
- 1984년 실존주의 (폴 풀끼에, 탐구당)
- 1990년 사랑은 이름표를 묻지 않는다 (망디아르그, 예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