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새해설계


이종철(51)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최근 시무식에서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를 신년화두로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먼 곳에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으로, '논어' 자로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 3개 경제자유구역(IFEZ)에 입주한 기업의 애로와 요구를 꼼꼼히 챙겨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들어오고 사람으로 북적이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굳은 신념이 읽혀진다. 무엇보다 신묘년 새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영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를 신년화두로 던진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이 청장은 이미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입주한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이들 기업의 애로사항과 요구를 꼼꼼히 챙겨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또 다른 국내외 자본과 기업이 IFEZ로 앞다퉈 몰려올 수 있도록 올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선식기자 ss2chung@itimes.co.kr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도시로서의 매력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선 송도국제도시를 비롯 청라와 영종지구에 상주인구 뿐 아니라 유동인구와 상근인구가 많아져야 합니다. 투자유치분야에선 국내외를 불문하고 더 많은 자본과 기업이 투자와 입주 행렬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종 투자규제를 완화하는 일에 총력을 쏟을 참입니다. 우리 경제청 내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기업 지원 위주로 과감히 풀어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도 큰 숙제죠."
주민등록상 인구 유입의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무대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경제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데 행정력을 모으겠다는 것이 이 청장의 목표다.
소프트웨어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먹을거리·볼거리·놀거리가 풍성한 도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외 자본 및 기업의 투자유치 촉진을 위해 국내자본과 기업의 투자 발목을 잡고 있는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완화를 적극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실정법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적극 활용할 요량이다.
예컨대 국내기업이 외국인 지분 10% 이상을 유치해 함께 기업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더 많은 국내외 기업과 자본을 끌어올 참이다.
특히 그는 청라지구 산업용지 30만㎡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함으로써 수정법 저촉을 회피하면서도 튼실한 국내 대기업의 입주와 세제 혜택을 실현시켜 내는 방안을 이미 지식경제부와 깊숙히 협의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영종 미단시티(운북복합레저단지) 조성,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조성,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영종지구 무비자 적용 등도 중점 추진 대상사업이다.
"6개월 가까이 인천경제청장으로 일하다 보니 우리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각종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내부규제의 합리적인 개선엔 소홀하다는 자기반성이 들더군요."
이 청장은 인천경제청이 인허가권을 쥔 '갑'의 입장에서 '을'인 기업의 활동에 족쇄를 채우거나 불필요하게 개입하는 관행을 혁파하기 위해 지난 연말 규제개선 태크스포스팀을 발족시켰다.
불요불급한 규제사항은 과감히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기업 지원 중심의 행정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는 중이다. 송도지구 내 상가건물의 경우 테라스 천막 설치를 허용해 볼품 있는 도시미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의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올해 인천경제청의 주요사업 가운데 시기를 늦추거나 준비를 다시 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야는 어떤 것일까.
이 청장은 송도 11공구 공유수면(6.92㎢) 매립, '청라 금융단지' 지정 등을 꼽는다.
그는 "송도 공유수면 추가 매립 문제는 우선 올해 최소한의 행정절차를 밟는 데 그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연구소와 기업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땅이지만 종전 매립지에 대한 기업 유치에 우선 전력을 기울이고 상황을 봐가면서 사업일정을 조정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금융중심지로 지정받는 일도 반드시 성사돼야 할 부분이지만 올해는 지정에 필요한 기반을 닦는 데 집중한 뒤 내년쯤 중앙정부에 지정신청서를 내는 게 합리적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의 핵심인 투자유치 활성화 비책을 그는 세워놓고나 있는 걸까.
"'자유' 없는 경제자유구역을 과연 경제자유구역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중앙정부에 규제 완화와 함께 선택과 집중, 형평의 논리 적용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겁니다."
올해 IT·부품소재·의료·바이오·물류 등 5대 첨단 신성장 산업과 교육·비즈니스 금융·문화관광 등 3대 지식서비스 산업을 대상으로 모두 8억1천200만 달러 유치를 목표로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치 대상의 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유치 대상을 3등급(핵심, 혁신, 일반)으로 분류해 놓고 맞춤형 투자유치 대상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올 한해 인천경제청의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6만4천여 명의 고용유발효과, 8조3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예측한다.
인천시민들에게 당부 말도 잊지 않는다.
"지난 해 7월 말 취임 후 규제 완화와 투자유치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두고 활동을 펼쳤고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 말처럼 올해도 이 두가지에 최선을 다한다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명실상부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천이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280만 인천시민의 격려와 채찍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윤관옥기자 okyun@itimes.co.kr



<이종철 경제청장은 … >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공모에 최종합격, 지난 해 7월 26일 취임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연세대 동문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이 청장은 "인천경제청장 자리는 인재를 뽑아 낙하산 인사 시키라는 자리 아니냐(파안대소)"며 "인천경제청장 임용 전까지 송 시장과는 일면식이 없는 관계였고 나는 경상도 출신"이라고 일축했다.
인천과 이 청장은 인연도 적지 않다.
아내 이영미(47) 씨는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현직교사다.
감사원 재직 땐 당시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면서 종합시운전 기간을 무시한 채 서둘렀던 '1999년 개항' 일정에 문제를 제기해 결국 '2001년 개항'을 관철시켰다. 통행량이 부풀려진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공항철도 등 민자국책사업의 허구성을 파헤쳐 보완대책을 이끌기도 했다.
서울장훈고·연세대 사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대학원, 감사원 감사관·과장·국장·심의실장. 주량 소주 1병, 애창곡 '내가 만일(안치환)', '사랑의 눈동자(유익종)', 주 3회 걷거나 달리기, 미국 공인회계사(AICPA) 및 세무사(EA). /윤관옥기자 okyu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