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짝수번호와 홀수번호끼리 편을 묶어 주장을 뽑았다. 홀수번호 팀은 반장이 주장을 맡았고, 짝수번호 팀은 인구가 주장을 맡았다.

 두 주장은 체육선생 앞으로 가서 전반 15분간 뛰고 5분간 쉬었다 다시 후반전 15분간을 뛰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는 모두들 학교 매점으로 이동해 음료수와 빵을 먹으며 곽인구 형 환영축하회를 가진 뒤 6교시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학생들은 공을 찰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불만을 보이기도 했지만 6교시 수업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두 팀은 체육선생을 심판으로 모신 뒤 신나게 공을 찼다. 모의고사 준비 때문에 책상물림만 하다가 모처럼 운동장에 나와 뛰니까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한데 몸은 이내 피로해져, 전후반 15분간씩 뛰었는데도 시합이 끝났을 때는 모두 지친 모습을 보였다. 공을 차는 학생들은 뛰어서 지쳤고, 응원하는 학생들은 소리를 질러서 모두들 목이 쉬어 있었다.

 『야, 오늘 2 대 2로 비겼는데 결승전은 언제 할거야?』

 학생들은 내일 점심시간에라도 다시 붙어 승부를 내자고 했다. 모의고사 준비에 시달리다 모처럼 운동장에 나가 뛰고 오니까 신바람이 나는지 그들은 6교시 수업시간이 다가와도 공부할 준비를 않고 축구시합 이야기만 계속했다.

 『인구 형, 아까 보니까 드리볼 솜씨가 보통이 넘던데 북한에서도 학생들 공 많이 차?』

 『아니야. 고등중학교 다닐 때는 많이 못 차고 주로 군대생활 할 때 많이 차. 훈련이 없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운동시합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으니까.』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운동복을 벗었다. 그때 6교시 시작 벨이 울렸다. 학생들은 땀흘린 몸을 씻지도 못한 채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담임선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놓고 10여 분쯤 수업을 하다 피로한 기색을 보였다. 졸음이 밀려와서 선생님의 말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꺽꺽 하품을 해대다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작스럽게 한 뒤끝이라 일시에 피로가 몰려오는 것이다. 담임 선생은 체육시간 뒤에 사회시간을 배정해 자기 과목의 수업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면서 몇 차례 발을 굴리며 졸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과반수의 학생들이 졸려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면서 교과서 수업은 다음으로 미루어 달라고 했다. 담임은 눈동자가 완전히 풀려버린 학생들을 붙잡고 싸우기 싫은 듯 인구를 교단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너희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이것으로 오늘 교과서 수업을 마치겠다. 대신 북한 고등중학생들의 대학입학절차와 사회실상에 대해 공부할 테니까 각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앞에 앉은 곽인구한테 손을 들고 물어보도록 해. 누가 먼저 질문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