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얼짱'… 초교 6학년 당구계 입문16세때 한국여자포켓 랭킹전'1위'"대학생활 맘껏 즐기고싶어"

   
 

토끼띠 차유람과 데이트

차유람(23·IB스포츠)과는 세번 만났다. 10월 전국체전이 열린 경상남도 진주시가 처음이었고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두번째는 예선탈락하며 고개를 떨군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두번의 경기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궁금증은 "가냘픈 몸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나올까?"였다. 세번째 만남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사)한국스포츠진흥원 사무실이 있는 인천 구월동으로 그를 찾아 나섰다. 그날 그곳엔 곤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바지로 멋을 낸 차유람이 있었다. "바쁘지 않냐"는 다소 어색한 인사말을 건네자 "바쁜 척 하는 거죠. 사실 한가해요"란 말로 분위기를 풀었다. 수많은 미디어의 포커스가 몰려있는 그다. 바쁘지 않을리 만무하지만 외모만큼 아름다운 배려심 덕분에 한껏 유쾌해진 세번째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토끼띠, 내 나이가 벌써?!

"올해가 토끼해인지 인터뷰 요청을 받고 알았어요."
차유람은 토끼띠다. 12지간 4번째 동물인 토끼 해였던 1987년 태어났다.
태어난 해를 시작으로 꼬박 두 바퀴가 돌았으니 그의 나이 24살이 된 셈이다.
"신기해요.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싶고요."
초등학교 6학년, 13살 소녀가 아버지의 권유로 큐대를 잡은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선천적 재능을 보인 소녀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당구 외길을 선택했다. 매년 3~4회 열리는 세계대회에 꼬박꼬박 참가했고, 틈틈히 공부해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노력의 결과는 그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주목받은 당구 여제로 키웠다. 2003년 16세의 소녀는 당구 시작 3년만네 한국여자포켓 나인볼 랭킹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2006도하아시안게임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란 영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신없이 지낸 세월속에 어느덧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가 웃는다. "이젠 애가 아니군요"란 말과 함께였다.

겸손한 신묘년

"올해엔 좀 더 겸손해질 겁니다."
차유람이 말한 '겸손'은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심적 여유를 꼽을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당구도 치겠다는 것이다.
"인간다워지고 싶어요. 그동안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았어요."
소중한 친구와 시간도 보내고 곧 시작될 대학생활도 즐기고 싶다는 게 그의 새해 소망이다. '겸손'의 또 다른 뜻은 한 단계 성숙한 당구다.
"당구가 좋아졌으면 한다"는 그는 "실력 향상보다는 능숙한 경기운영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 대회를 돌이켜보면 경기 운영이 미숙했어요. 위기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죠."
큰 대회에서 차유람은 종종 시합을 망친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포켓8볼과 9볼 2관왕을 노렸던 차유람은 8강에서 모두 탈락하며 노메달 기록에 그쳤다.
포켓9볼 8강에서 중국 판샤오팅에 6대7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고 포켓8볼도 8강전에서 중국의 류사사에게 4대5로 패했다.
경험부족으로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며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 차유람의 '겸손'은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경기운영을 말한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무언지 이젠 알 것 같아요. 좀 더 겸손한 마음 자세로 시합에 나서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올거라 믿어요."

당구와 심리학

차유람은 올해 한국체대에 11학번 새내기로 입학한다.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를 중도에 포기한 그가 한국체대에서 못다한 학문의 꿈을 실현한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일반 대학은 학점관리에 자신이 없어 한국체대를 선택했다"고 했다.
한국체대의 경우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수업을 빠져도 학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 있을땐 최대한 학교생활에 충실할 겁니다. 하지만 전지훈련이나 세계대회도 소홀하진 말아야죠."
차유람은 오는 3월 대만 오픈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9볼 세계선수권대회, 상해 차이나 오픈, 10볼 세계선수권대회에 줄줄히 출전한다. 4개 메이저 대회와 함께 학교 수업도 들어야 한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죠. 그러나 우승보다는 대회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음 좋겠어요. 올해 당구 실력도 늘고, 대학 수업으로 삶에 필요한 지식도 쌓을 겁니다."
그는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다. 이미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던 차유람에게 심리학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심리학과 경제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심리학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법을 깨우치고 경제학을 통해선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죠. 심리학과 경제학으로 더 나은 성적도 거둘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학생 차유람. 하지만 그는 '100% 프로'다.

'미모'에 대한 차유람의 생각

'당구 얼짱'이요? 사람들이 붙여 준 건데, 사실 전 조금 부담스러워요. 다른 뜻은 아니고요, 그냥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돼요.
스스로가 "난 이쁘다. 사람들이 나의 미모에 반할거야"라고 여기면 시합에서 부담이 되 거든요. 되도록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면 이쁘단 생각을 지워야해요.
맘속으로 "미모가 아닌 실력으로 보여줘야지"하는데 시합에 이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지면 주변 평가가 더욱 냉혹해지곤 하죠.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내면이 아름다운 '차유람'으로 사람들의 이미지를 바꾸도록 제가 노력 해야죠.

◇ 차유람(車游嵐)
◇ 1987년 7월 23일 전라남도 완도군 출생
◇ 소속:IB스포츠
◇ 현 거주지:인천 남동구 구월동
◇ 신체:162㎝, 47㎏
◇ 혈액형:O형
◇ 좋아하는 음식:육류(소고기)
◇ 당구 외 좋아하는 스포츠:테니스
◇ 학력:전남 완도초교 졸, 수원 율전중학교 2학년 중
퇴. 검정고시 고졸. 2011년 한국체육대학 입학 예정
◇ 입상 경력
2003년 한국여자포켓 나인볼 랭킹전 1위
2004년 풀사랑 9볼오픈 1위
2005년 한국여자3쿠션대회 1위, 제2회 KBF 전국 포켓9볼 선수권 대회 2위, KBF 포켓9볼 전국투어 랭킹전 1차전 2위
2008년 US Open 4강, XTM 당구 챔피언십 준우승
2009년 동아시아 경기대회 큐스포츠 6레드 스누커 3위, 베트남 아시아 인도어게임 포켓 9볼 1위
2010년 2010 암웨이컵 세계 여자나인볼 오픈 우승

/글=배인성기자·사진=박영권기자 isb@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