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57년 실효 지배 … 군사분계선"北"국제법 근거 없어 … 무법의 선"북방한계선 설정 입장차'팽팽''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대안도
   
▲ 북한이 백령도, 연평도 인근 서해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지역으로 포사격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해 11월29일 동틀무렵 해병대원들이 무장한 채 백령도 두무진 인근 해안철책선을 순찰하고 있다. /뉴시스


지근거리. '총포 따위를 발사했을 때 표적에 명중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를 일컫는 말이다.
북한과 겨우 10~2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서해5도가 바로 그렇다. 이런 서해5도 인근에서는 종종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1999년 북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면서 1차 연평해전이, 2002년에도 같은 이유로 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다.

2009년 11월10일에는 대청해전이 벌어졌고 2010년 3월36일엔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1월23일엔 연평도가 포격당했다. 북쪽은 '전면전' 가능성을 넘어 '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요즘, 엎친데 덮친격으로 끔찍한 전망까지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지난달 26일 "내년에는 북한이 서해 5개 도서를 직접적으로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이 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연례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연평도 군사공격은 북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후계체제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또 "북한이 대남 우위 국지전 전략 개발과 특수전 전력 증강에 매진함에 따라 잠수함 공격, 전방초소 침투, 탈북자 테러, 항공기나 선박에 대한 전자전 공격 등의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북은 여러 방면에서 3차 핵실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언제든지 실행할 준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내년에 3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왜 분쟁에 시달리나

그렇다면 왜 서해5도는 이처럼 끊임없이 분쟁에 시달려야하는 지역이 됐을까.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남북의 근원적인 입장차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과 북 사이 해상엔 육상의 군사분계선(MDL)과는 달리, 정전협정에서 합의된 영해 경계선이 없다.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30일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당시 해군력이 우위에 있던 남쪽이 북쪽을 공격해 정전체제를 뒤흔들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였다.

이후 남쪽은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1992년 9월 합의)에 따라, 남쪽이 50년 넘게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북방한계선이 사실상의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북쪽은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NLL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무법의 선"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고의적으로 침범함으로써 지속적인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1, 2차 연평해전도 그래서 일어났다.

북의 이같은 태도는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비핵개방3000'을 내세운 이명박정부 들어 더 분명해졌고 결국 서해5도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벌어진 우리 군의 사격 훈련을 핑계삼아 연평도를 포격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은 '전력 보강', '요새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군사 대비 태세 확보는 기본일 뿐 이것만으로 남북의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아울러 국회 행정안전위가 지난달 6일 북의 연평도 무력도발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서해5도 주민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고 있는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의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하여금 ▲안전한 정주 여건 조성 ▲주변 해양 이용과 개발 방안 ▲교육, 보건 등 생활환경 개선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육지왕래 및 생활필수품 유통·공급 방안 ▲주민의 안전확보 대책 등을 포함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안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해에서 끊임없이 남북이 충돌하는 것은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양쪽의 근원적인 입장차에서 비롯되는 것인만큼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7년 10·4 남북 정상선언 당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그 대안으로 꼽힌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북방한계선 해역에 공동어로수역과 해상평화공원을 설치하고 해주직항로와 해주공단 개설 등 공동협력을 통해, 서해를 분쟁지대가 아닌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안돼" 한목소리

최근 천주교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구할 때'라는 성명을 내 군사 행동 자제를 양쪽에 요구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 폐기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개발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절박한 마음"이라며 "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뿐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폐허와 한민족의 파멸을 의미하므로 당장 남북 양쪽이 일체의 군사행동을 자제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전쟁을 도구삼아 세습적 전체주의체제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북한의 강경 호전주의자들과 북한붕괴론에 기대어 정권안보에 집착하고 있는 남쪽의 극단 모험주의자들 모두에게 민족적 양심을 회복하고 깊이 회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과 국군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이러한 희생을 야기한 북한 정권을 규탄함과 동시에 남북화해와 협력을 거부하고 갈등과 증오의 대결구도를 조성, 북한에게 무력도발의 빌미를 제공한 이명박 정부의 무모함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남북 당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근원적 방안으로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이명박 정부는 전쟁 방지와 평화정책을 위한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 역사와 민족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인천이 평화 도시로서의 새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서해에서 일체의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도록 남과 북 양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했지만 우리 정부가 파기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공동개발을 정부에 요구함으로써 인천을 전쟁의 발화점이 아닌 남북협력과 통일을 향한 출발점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북의 포격으로 마치 전쟁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직접 경험한 주민들에게도 남북과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서해5도의 평화와 안정은 절대적인 가치다.

북 포격 이후 줄곧 찜질방에서 생활해 온 한 주민은 "남과 북, 중국과 미국이 서로 만나 서해에서 더 이상의 무력 충돌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완전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데 어떻게 다시 섬에 들어가 사느냐"고 말했다.

군사력 확충만으로 섬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지 않음을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도 지난달 8일 성명을 내 "국가의 일차적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은 결코 군사적 대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진정한 해법은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공동선언문에 언급된 것처럼 서해 앞바다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설정해 남과 북이 공동어로구역이나 평화수역으로 설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 등도 '전쟁반대와 서해안 평화정착을 염원하는 인천시민선언'을 통해 "정치권은 서해주민들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전쟁위협을 가중시키는 강경책을 중단하고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종만기자 malema@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