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석 인천시교육청 첫 개방형 감사담당관
   
▲ 인천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선임한 개방형 감사담당관 홍순석 교육협력과장이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개방형감사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인천 교육계가 올해 '비리 폭탄'을 맞았다. 지난 3월부터 호화교장실 문제로 터져나온 교육비리는 급식·수학여행 등 학교 거래 업체선정 비리를 거쳐 모의고사 답안유출까지 꼬리를 이어갔다. 비리에 연루된 교육자만 100여명이 넘었고, 경찰 수사까지 벌어졌다. 인천 교육계가 지탄받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자로 인천시교육청 감사담당관이 개방형으로 임명된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7월까지만 개방형 감사관을 임명하면 되지만, 시교육청은 비리 척결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번 개방형 감사관에는 판·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법조에 관련된 직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과 예산, 회계, 조사 등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내부 공무원이 응시할 수 있었다. 최종 합격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최종 합격자로 선정된 홍순석 현 시교육청 교육협력과장(53)은 "연이어 터진 교육비리로 인천 교육계의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했다. 인천 교육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가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내부인이면서 개방형 감사관에 지원한 이유도 '자존심'으로 설명했다. 홍 과장은 "구겨진 자존심을 펴는데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부인이 와서 교육비리를 잡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시교육청 내부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세상이 변했다

홍 과장은 지난 1988년 시교육청 감사팀에서 일하면서 정기감사와 교육공무원의 품위유지 문제를 주로 다뤘다. 시교육청이 감사할 기관 수는 적었고, 감사팀도 하나 뿐이었다. 더구나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도 없던 시절이라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에서 많이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이제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거 참여하게 됐고, 모든 일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학교 구성원도 변화를 따라가야 할 시점입니다."
사회적인 변화로 감시의 눈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홍 과장은 "의술이 발달하면서 병을 발견하듯 교육 비리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비리척결에 앞장

홍 과장이 개방형 감사관 자리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립성 없는 내부 출신이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나"라며 "무늬만 개방형 감사관"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감사관 임기가 끝나면 기관 밖으로 나가는 외부인과 다르게 내부 공무원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이번에 임용된 홍 과장은 임기가 끝나도 시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8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병춘(55) 변호사를 개방형 감사관으로 임용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홍 과장은 '개방형'이라는 말에 오해가 있다고 설명한다. '개방형' 자리는 인사권자가 그냥 임용하지 않고 자격 검증을 철저하게 거친다는 것이다.
"내부 공무원도 법에 따라 과거 경력과 근무 실적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개방형 감사관에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사람 하나 바뀐다고 교육비리를 모두 척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감사실을 제대로 운영하는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내부를 감시하는 감사관을 공정하게 임명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일한 경험으로 충실하게 일하겠습니다."


▲ 감사실 본연의 임무는 수사 아니다

 

   
 

올해 인천 교육계는 유달리 경찰 수사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뚜렷하게 기소된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액수가 적거나 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홍 과장은 "경찰이 수사한 건은 가능하면 경찰이 끝까지 해줘야 한다"고 했다. 감사실은 법적으로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감사실은 개인에게 영장을 발부할 수 없고,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를 조사하기도 어렵다. 덕분에 감사실은 올해 한정된 능력으로 수사기관의 역할을 해야 했다.
"수사 아래 감사가 있습니다. 문제는 많고 업무는 넘쳤지요."
홍 과장은 감사실 본연의 임무를 '예방'이라고 짚었다.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개선하고, 교육 공무원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과장은 "밝혀진 비리는 끝까지 조사하는게 맞지만 그 때문에 힘을 소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 내년에 할 일 많다

홍 과장은 상처입은 인천 교육계를 일으키는데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우선 교육 공무원 중 감사 담당 전문가를 육성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감사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한데도 막상 감사 전문가를 육성하는 곳은 중앙정부 산하의 감사원 뿐이다.
"자리에 오르면 직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공부모임을 만들 생각입니다. 외부 전문가의 강의도 마련할 계획이고요."
징계 기준이 모호한 부분도 시급하게 고쳐야 한다. 법과 기준에 맞게 비리 관련자를 징계했지만, 올해 교육비리에서 가장 강한 징계는 급식업체 비리에 연루된 교장의 '정직 1개월'이다. 덕분에 '솜방망이 징계' 논란도 크게 일었다.
"시민감정에 법이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애매한 부분은 정확하게 고치겠습니다."
홍 과장은 개방형 감사관 자리에 오르면서 "왜 욕먹는 자리에 가려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감사관은 가까운 사람까지 처벌해야 하는 자리다.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지탄받기도 한다.
"법대로 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감사실 직원들과 함께 역할을 찾아서 제대로 하겠습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홍순석 감사담당관 프로필

-인천 출생(1957년 1월2일·53세)
-1977년 11월/ 경기도교육청 일반직 임용
-1988년/ 인천시교육청 감사팀 재직
-2000년 9월/ 시·도교육청 학교평가업무 담당
-2010년 1월/ 인천시교육청 복지재정과장
-2010년 7월~현재/ 인천시교육청 교육협력과장
-2011년 1월1일~ / 인천시교육청 개방형 감사담당관(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