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포격 도발 사태 17일째다.
하루아침에 피란민 신세가 된 연평 섬주민들의 임시 거주지가 김포 양곡지구 미분양 아파트로 정해졌다.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어 연평도로 돌아오는 주민도 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은 논란 속에서도, 폐허가 된 연평도 현장을 보존해 오는 2012년까지 안보관광지로 꾸미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일 방북 중인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났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구체적 대화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중간 더욱 공고한 친선협조 관계 강화 방안이 논의됐으리란 추측이 대세다.
앞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정작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안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한·미 합참의장협의회를 열어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한 대비계획을 전면 보완하기로 했다.
북한군 도발시 한국군 위주로 대응토록 했던 계획을 바꿔, 대응타격은 한국군이 맡되 미군도 측면지원하는 등 공동 대처키로 하는 이른바 '역할 분담'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멀린 미 합참의장은 중국과 북한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응한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 추진 방침도 강력 시사했다.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우리 사회를 에워싸고 넓게 드리워진 그늘은 매서운 한파 만큼이나 서민들의 피부를 콕콕 찌르고 있다.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나라 안팎이 온통 혼란으로 가득찬 갑갑한 형국이 요즘 서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연평도 도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을 찾아가면서 시민들의 관심사는 이제 인천시의 대북정책에 쏠리게 됐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해 5도서 요새화' 입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 남북 공동어로구역 조성 등 예의 '남북화해론'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평화적 남북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교류와 대북지원 활성화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은 송 시장의 정치적 신념이자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도발 사태를 계기로 송 시장의 남북화해론은 시험대에 올려진 듯 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기업 및 외국자본 유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30개 인천기업의 조업 차질과 함께 임직원들의 안위도 걱정이다.
'인천시민과 우리 군인이 희생 당한 터에 북한과 화해·협력을 하자는 주장이 사리에 맞느냐?'는 격한 비판도 있다.
'안보'와 '평화'는 대립된 개념이라는 시민들의 일반화된 인식이 상존하는 한 송 시장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보 없는 평화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안보는 어디까지나 평화를 위한 장치여야 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안보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호(號)'의 향후 대북정책은 안보와 평화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데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론 확고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평화·공존을 주도하는 것이 현실 속에서 가능하다는 믿음과 모범선례를 보여주는 게 송영길 호의 숙제로 떠올랐다.

/윤관옥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