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


 

   
▲ "앞으로 4년간 인천과 OCA는 같은 길을 가야 한다."인천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하는 신용석 OCA 부회장의 표정이 결연하다./정선식기자 ss2chung@itimes.co.kr

2007년 4월 17일 쿠웨이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신청한 인천은 당황했다. 인도 뉴델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던 인천에 OCA측이 "중앙정부의 보다 확실한 지원방안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온 힘을 쏟을 뿐 인천의 아시안게임은 관심 밖에 있었다. 인천 유치를 지지하는 대통령 영상 메시지조차 없었다. 고심 끝에 인천은 차기 개최지를 결정짓는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대통령의 대국민 신년사 그림에 '인천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희망하는 중앙정부의 입장'을 담은 내용을 더빙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 프레젠테이션에 활용했다. 피말리는 시간이 흘렀고 전체 45표 가운데 32표를 얻으며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확정됐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고, OCA에 아시안게임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쿠웨이트에서 인천아시안게임유치위원회를 이끈 신용석(68) 유치위원장(현 OCA 부회장)은 3년 8개월 전 일을 회상하며 "아시안게임을 통해 동북아 허브로 발돋움하려는 인천의 위상을 제시했고, 결국 45개국 올림픽위원회의 지지를 받아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인도는 왜 자신들이 탈락됐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인천의 미래-아시안게임으로 꿈은 이뤄진다

송도·청라·영종을 잇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인천의 미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외자유치 실패와 정부의 규제로 경제자유구역 역할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인천의 정면돌파가 필요했고, 선택은 '2014 아시안게임 개최'로 귀결됐다.
"당시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만한 물적·인적 인프라가 거의 없었죠. 사실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인천이 OCA에 아시안게임 유치신청서를 제출하자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실현불가를 점쳤다.
경쟁도시인 인도 뉴델리의 경우 수상이 직접 앞장서 각국 올림픽위원회를 설득한 반면 뒤늦게 뛰어든 인천은 중앙정부의 외면 속에 나홀로 싸움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인천의 압승이었다. OCA는 물론 각국 올림픽위원회 및 아시아경기단체연맹 모두 미래지향적 인천의 모습에 공감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천은 인도의 들러리일 뿐이라고 지적했죠. 이미 개최지는 인도 뉴델리로 확정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회유치는 단순히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회에 보다 확실한 비전제시가 필요합니다."


▲광저우를 보면 4년 후 인천이 보인다

광저우언론대학은 아시안게임 직후 의미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광주일보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이후 약 80%의 시민들이 "영원히 광저우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또 92%는 "광저우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고 했고, 83%는 "광저우 문화·체육시설이 좋아졌다"고 답변했다.
광저우언론대학은 같은 내용을 2007년에도 조사했는데 당시 시민들의 50%만이 "광저우에 살고 싶다"고 했었다.
무엇보다 2007년 중국 10대 도시 중 광저우의 행복지수가 꼴찌였는데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후 6위까지 뛰어 올랐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얻은 광저우의 가장 확실한 열매인 셈이다.
인천대회도 마찬가지다. 광저우를 보면 4년 후 인천의 밝은 청사진을 볼 수 있다.
"광저우대회 준비를 지난 4년간 지켜봤습니다. 그들의 열의와 짜임새있는 준비는 한 마디로 놀라움이었습니다."
광저우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전세계에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다. OCA가 추구하는 이상과 맞아 떨어진 대회 목표였다.
신 부회장은 "OCA는 아시아를 중시한다"며 "일부에선 아시안게임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다고 하는데 이는 편협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대회를 준비하는 인천의 목표도 이와 같아야 한다"며 "40억 아시아인을 사랑하는 인천의 진정성이 대회 이념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OCA'와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동반자

"아시안게임에서 차지하는 OCA의 역할은 막강합니다. 45개 회원국을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OCA만이 할 수있는 일입니다."
OC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5개 대륙위원회 중 하나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아시아경기단체연맹의 각종 국제대회를 총괄한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스포츠의 역할을 대변한다.
"OCA의 기본방향은 개최도시에 최대한 재정부담을 덜어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이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신 부회장은 "조직위와 OCA간 소통이 단절됐다"고 했다. 경기종목 결정과 마케팅비용 등과 관련해 조직위와 OCA간 겪고 있는 이견에 따른 것이다.
"OCA가 인천에 주장하는 일부 종목 개최 불가는 최대한 대회 비용을 아끼자는 겁니다. 또 요구하는 마케팅비용도 인천시민의 혈세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 마케팅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면과 연결된다.
OCA는 거시적 안목으로 마케팅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중동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아시안게임 후원을 약속받는 방식이다.
신 부회장은 "OCA가 힘을 발휘하면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의 메인 스폰서 중 2~3개 업체를 인천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며 "인천 조직위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



●신용석 OCA 부회장 프로필

-인천 출생(1941년 10월 18일)
-1966년 조선일보 입사
-1989년 조선일보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
-1991년 서울올림픽기념사업회 사무총장
-1992년 민주당 인천시지부 지부장
-1992~93년 민주당 당무위원
-1999년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2005년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원회 위원장
-2007.07~현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
-2007.10~현재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