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국민당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당의 이같은 구애경쟁은 정치권이 스스로 김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을 자초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감정 논쟁과 근거없는 흑색선전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휴일인 19일 홍사덕 선대위원장을 상도동으로 보내자, 이에질세라 민국당은 20일 아침 여익구 서울시선대위원장을 김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파견, 「김심(金心)」 탐문에 나섰다.

 여 위원장의 상도동 방문은 지난 87년 대선을 앞두고 YS 쪽으로 후보단일화를 주장했던 여 위원장의 요청을 상도동측이 받아들여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여 위원장은 이날 YS가 그동안 민국당 인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도 한나라당 인사들과 계속 회동하는데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여전히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YS는 『민국당 지도부가 종로에 나가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조직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이라는 등 훈수를 뒀다고 여 위원장이 전했다.

 여 위원장은 상도동 방문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우리를 지지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당의 핵심관계자도 『김 전 대통령이 이미 오래전 김대중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말하는 등 수위를 높여놨다』면서 『우리당이 처한 형편을 볼 때 아무리 상도동을 찾아가도 YS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국당은 이처럼 총선전 YS로부터 지지를 견인해 내기 어렵게 되자 홍사덕 위원장을 보내 「김심」의 향배를 견제한 한나라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 철 대변인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오직 김 전 대통령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아래 상도동을 출입함으로써 김 전 대통령마저 여당의 공격대상으로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민국당은 YS가 여전히 「회색지대」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부산발(發) 민국당 바람몰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경계했다.

 어차피 「반 DJ(김대중 대통령)」 결의에 차있는 YS는 한나라당과 민국당 중 어느 통로를 경유해서든 부산에 자신의 영향력을 심어놓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편 손도 들어줄리 만무하다는 관측에서다.

 민국당은 김 전 대통령이 이날 『어느 당이든 야당다운 야당을 지원하겠다』 『진정한 야당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는 여 위원장의 전언을 이런 YS의 속내를 반영한 대목으로 해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