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 채용 사태로 불거진 고위 공직자의 인사 특혜 의혹 파장은 곧바로 경기도로 이어졌다.

유 전 장관 딸의 인사 특혜 보도가 나간 지 얼마 안 돼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조카와 모 구청장의 조카, 전직 구청장의 딸 등 성남시를 비롯해 경기도 내 일선 시·군과 각 산하단체 등에 인사 특혜와 관련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하루가 멀다 하고 거론됐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일부 공직자들은 '이젠 경기도를 특채공화국으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또 모 고위 정보 관계자는 "털면 털수록 더 먼지가 나서 어느 선까지 손을 대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특채 의혹이 가장 많았던 성남시의 경우, 성남시 산하기관인 성남문화재단,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성남산업진흥재단, 성남시청소년재단 등 4곳에 전 이대엽 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시의원들의 친인척들이 대거 채용돼 성남중원경찰서와 분당경찰서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 성남지역 주요 인사들의 친인척들이 시 산하기관에 근무 중인 사람은 20여명에서 많게는 6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니 놀랄 뿐이다.

부천시의 경우는 시의 한 산하기관 정원의 3분의 1 가까이 시 고위층과 관련된 사람들이어서 일반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또 이 산하기관은 상용직 직원 8명 채용시 공고는 물론 서류나 면접 전형도 없이 채용이 이루어졌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산시는 전 시장의 질부와 지인의 자녀를 시청 내 일부 부서에 임시직으로 채용한 뒤 후에 슬그머니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한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집공고는 물론 서류전형 등 최소한의 전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하남시도 예외는 아니다. 하남도시개발공사와 문화예술회관 등에는 전 하남시장과 시의 국장 등 고위 인사들의 친인척들이 근무하고 있어 역시 인사특혜 의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의정부시도 고위 간부와 시의원의 조카 등 10여명이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특혜 의혹을 사고 있고, 광주시도 전 시장의 인척과 전 시의원 자녀 5명도 시 산하기관에 근무하고 있어 특혜 의혹 속에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능력 있는 사람을 잘 찾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법과 제도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아 쓸 수 있다면 인사는 만사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선언한 직후 외교부의 불공정한 특혜 인사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웠다. 장관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조직적인 인사 비리가 저질러졌다. 누구를 뽑을 지 정해놓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특채였던 것이다. 이 같은 일이 외교부만의 일로 그치지 않고 경기도에서도 행해진 것이다.

인사 부정은 잘 드러나지 않기에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조직 내부에서 준비하고 추진하기에 인사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에 맞게 잘 짜 맞춘다. 시작부터 최종 합격자를 미리 정해 두었기 때문에 그 인사 과정에서 하자를 찾기는 어렵다. 피해를 본 사람은 억울하지만 하소연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특채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이번 인사 특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사롭거나 편벽됨이 없이 정당하고 명백한 공정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기영 경기본사 정치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