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시목은 목백합나무이고 시화는 장미이다. 인천시의 시목(市木)이 왜 목백합나무(튤립나무)가 되어야 하고 시화(市花)가 왜 장미가 되어야 하는지 분명히 설명할 수 있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우리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지방고유의 문화적 단면이 드러나지 않는 식물이다. 정확한 학명은 튤립나무인데 지정한 식물명조차 부정확하게 표기해 놓았다. 튤립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이다. 인천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서 시목으로 지정했다고 생각된다.

 지방자치 단체의 상징물은 그 지방을 상징할 수 있는 생물이 되어야 한다. 우리생활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대부분의 꽃들은 외래종이거나 귀화식물이다.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외래꽃들이 주인공으로 들어섰고 우수한 자생식물들은 홀대를 겪고 외국으로 팔리거나 이름 모를 들꽃으로 남아있다.

 시민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고 애향심을 심어주는 것은 시민의 날 음악회,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서 시작되기보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지역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있다. 우리고장에 오래 전부터 우리와 같이 살았던 정든 들풀이 있고 향토수가 있을 것이다. 인천시의 시목과 시화는 바꿔야 한다. 이미 정해진 것이니까 그냥 놔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논리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내가 어렸을 적 보았던 그림책 중에 나오는 동물들은 호랑이, 사자, 기린, 하마, 코끼리 등으로 그 당시에 창경원에 가서 즐겨봤던 동물들이었다. 비싼 입장료를 주고 몇 번 가 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하마와 코뿔소를 헷갈려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도 비슷하지만 어렸을 적 그림책의 도움인지 잘 가려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들과 오랜 세월 지내온 이 땅의 들풀과 나무, 동물 등은 제대로 아는 이름들이 적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유아용 그림책에서부터 외국동화책을 그대로 베껴서인지 쉬리보다는 금붕어를, 민들레보다는 장미를, 두루미보다는 홍학을 보여준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정원의 나무와 풀은 대부분 외국수중 특히 일본과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수목이 판을 쳤다.

 교과서에서는 우리의 나무와 물고기, 새 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보기 좋은 관상용 생물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개와 돼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듯이 냉이와 쑥, 질경이와 꽃다지, 백로와 두루미, 쉬리와 피라미 정도는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학교와 동화책 속에서 우리 것을 쉽게 접하였다면 튤립, 장미처럼 우리 것도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의 들풀과 나무, 새, 민물고기를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뒹굴면서 만져보고 냄새맡고 안아보고 해야 한다. 진정한 학습은 자연을 우리 삶의 동반자로서 생각하고 아끼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게 될 때 가능한 것이다. 머나먼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코뿔소와 하마를 포함한 동물들은 길거리나 들판에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나뿐만 아니라 4천만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창길(인천성리초교 교사)지난 가을에 ㅅ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평소에 새에 대한 관심이 많던 나는 현관 앞의 백로 사진을 설명글에는 교조(敎鳥) 두루미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아도 분명히 백로인데 두루미라고 쓰여져 있었다.

 「두루미 사진을 구하지 못해서 걸어 놓은 것일까?」

 「아니면 10년 넘는 학교 역사 속에 그 많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두루미와 백로를 정말로 모르고 걸어놓은 것일까?」

 참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다. 그것도 학교 현관에 걸어 놓았으니 이것은 잘못되어도 정말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경우가 또 있다. 「내고장 인천」이라는 인천광역시의 시정홍보지를 본적이 있다. 인천시의 역사와 문화, 시민생활에 대한 종합정보를 다루었고 편집이나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 대한 소개와 정보도 참 많았다.

 「내고장 인천」 책자에는 인천광역시를 알리는 상징물인 두루미, 장미, 목백합나무가 목차와 표지에 소개되었다. 표지에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목차에는 사진으로 시의 상징물을 실었는데 시조(市鳥)인 두루미 사진은 재두루미 사진이 나와 있었다.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것도 두루미의 특징을 정확히 담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시조는 두루미이다. 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2호이고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3호로서 다른 종이다. 재두루미와 두루미는 두루미과에 속하긴 하지만 모습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두루미는 예전부터 단정학이라고 해서 머리부분은 빨갛고 목부분에는 까만 띠가 있으며 둘째, 셋째 날개 깃은 까만 색이다. 부리는 노랗고 다리는 까만 색이며 그 밖의 부분은 하얀색을 띠고 있다. 재두루미는 목의 앞 밑부분부터 가슴, 배 등이 짙은 잿빛이다.

 상징물을 지정할 때 이왕이면 정확한 이름과 종으로 지정하여 주었으면 한다. 특히나 광역시에서 지정한 상징물인 두루미가 두루미과에 속하는 모든 새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루미과에 속하는 새는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만 7종이나 되니 제대로 지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두루미와 학이 다른 새인 줄 알고 있다. 두루미는 우리말이고, 학(鶴)은 한자인데 말이다. 예전에는 인천에서 겨울철에 흔히 볼 수 있었고 문학산(文鶴山)과 연경산의 산세가 두루미의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해서 그 주변 마을 이름도 문학동, 학익동, 청학동 등으로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