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가리는 수리과의 새로 중형종에 속한다. 10월말경 한반도를 찾아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3월경 번식지로 돌아가는 겨울철새이다.

 말똥가리는 울릉도 일부지역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몸길이 51~58㎝ 정도이며 암수가 색깔이 같다. 이들은 한반도 전역에 도래하며 특히 강화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말똥가리는 수리과의 새들 중에서도 뛰어난 사냥 솜씨를 뽐낸다. 특히 말똥가리의 눈은 순도 높은 망원렌즈와 같은 수정체를 갖고 있어 시력이 좋고 색깔을 분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력과 청력이다. 이는 생존전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냥을 주업으로 삼는 맹금류는 시력과 청력이 생존의 확률을 보장하는 담보이다. 말똥가리가 맹금류 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것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이 뛰어난 사냥꾼으로 정평을 받고 고공 300m에서 지상의 먹이감을 감시하고 발견된 먹이감은 시속 300㎞로 돌진하며 낚아채는 모습은 일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날개를 접고 유성처럼 긴 선을 긋는가 싶더니 어느덧 그의 발톱에는 피를 튀기는 한마리의 생명이 버둥댄다. 그것도 잠시 송곳같은 부리로 심장을 물어 뜯는 육질의 절규로 한 생명은 막을 내린다.

 맹금류의 포악성이 찰라에 머물고 작은 생명은 포식자의 한끼의 먹이로 상황은 모두 끝난다. 이것이 생태계의 참 모습이며 여기에는 한점의 동정도 허락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평지의 농경지, 교외의 구릉지, 하천가, 해안 산지를 두루 활공하며 여유로운 생명의 찬가를 만끽한다. 산란기는 4~5월경 잡목림에 둥지를 튼다. 둥지는 지상에서 10m가 넘는 높은 곳에 나뭇가지를 쌓아올려 원형의 산좌를 만들고 2~3개의 알을 낳는다. 분포지역은 유럽에서 시베리아 남부 오호츠크 연안과 중국 동부지역를 거쳐 한반도 일본 등에 분포한다.

 흰꼬리수리나 말똥가리. 이들의 개체수가 매년 줄어들고 천연기념물이란 꼬리표가 달리게 되고 그리고 얼마후 누가 이런 새를 본 적이 있는지 묻게 되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이 이들은 이렇게 지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밀렵꾼에 의해 졸부들의 건강식으로 희생되는 참담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유수종·대한조류협회 인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