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등 전력누수 … 시즌 후반 노장활약·조직력 살아나 승승장구


 

   
 

인천 SK가 삼성 라이온스를 4-0 셧아웃시키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외면상으로는 SK의 일방적 축배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매 게임이 한 치 양보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야구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전략과 전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 총동원된 야구의 결정판이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려온 SK의 역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1. 시즌 초 : 전력 누수 극복하다
인천 SK는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시즌을 맞이했다. 우완 불펜의 핵심 채병용과 윤길현의 군입대로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을 이끌었던 마운드의 위력이 떨어졌다.
전력의 핵인 포수 박경완과 정상호, 투수 정대현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신음 중이었고 에이스 김광현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 못한 상태였다. 반면 전통의 강호 두산과 삼성은 전력을 끌어올려놓은 채 SK에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대로 SK는 시즌 초반 우려와 달리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투수 카도쿠라와 송은범이 선발의 한축을 맡으며 연이어 호투했고 불펜에서 정우람, 이승호가 철벽 마무리를 구축했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4월 18일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승세를 탄 SK는 4월과 5월 들어 파죽의 16연승을 이어가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2. 시즌 중반 : 위기 찾아오다
전반기를 파죽지세의 선두로 마친 SK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우선 팀의 중심타선이 부상과 슬럼프에 빠졌다. 팀의 한방을 책임졌던 박정권과 나주환, 박재상이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고 거포 이호준과 박경완의 방망이가 침묵했다. 찬스 메이커 정근우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타선에 균열이 생기자 막강 투수진도 흔들렸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변화무쌍한 작전으로 버텨오던 SK는 결국 8월에 들어 6연패 수렁에 빠진다. 반면 2위 삼성은 기회를 틈 타 선두 SK의 턱밑까지 추격해 올라왔다. 라이벌 두산과 이대호의 홈런포를 앞세운 롯데도 상승세였다.
자칫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 지난해 기아에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내주고 플레이오프 격전을 치르며 체력을 소진, 결국에 기아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준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3. 시즌 후반 : 조직력 야구 살아나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역시 노장들의 활약과 김성근 감독을 리더로 한 조직력이었다.
김재현, 이호준, 박경완 고참들이 팀을 이끌었다. 9월 19일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호투와 이호준의 홈런포로 무섭게 추격해오는 삼성을 뿌리쳤다. 사흘 후인 22일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는 조직력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둬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SK는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3번째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으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SK는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가 1986∼1989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 4년 연속 진출팀으로 기록됐다.

#4. 대미 : 한국시리즈 패권을 되찾다
페넌트레이스 이후 달콤한 휴식기를 가진 SK로서는 경기감각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반면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올 시즌 삼성과의 전적(10승9패)에서도 보여지듯 삼성은 껄끄러운 상대였다.
15일 첫경기가 중요했다. 다행히 SK는 김광현과 불펜의 호투와 김재현, 최정의 한방으로 이틀 연속 경기를 뒤집으며 홈에서 2연승했다. 그러나 18, 19일 대구 원정에서 삼성의 추격을 허용했다면 한국시리즈의 향배는 누구도 점칠 수 없는 오리무중으로 빠질 게 분명했다. 선동렬 감독은 힘에 의존하는 삼성의 팀컬러를 조직력과 기동력의 야구로 바꿔놓았으며 막강 불펜도 구축해놓고 반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SK는 삼성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진의 활약과 타선의 집중력 있는 한방으로 삼성에 연승하며 결국 1년만에 패권을 탈환했다. '짠물 야구' 인천 SK다운 피날레였다.

/대구=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