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보이는 라디오'개그맨 염경환


트위터·인터넷방송 통해 국내 첫 생중계
"닭 맛있겠다" 멘트에 시청자가 배달시켜주기도
KS 원정경기 서포터즈와 뜨거운 응원

   
▲ 지난 16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 현장. 전문캐스터 이진욱과 인천토박이 개그맨 염경환(오른쪽)이 인천SK만 일방적으로 편드는 편파중계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최정! 홈런입니다. 이게 인천SK입니다. 이제야 본 모습이 나오네요."
거침없다.

"어라? 최 주심, 저거는 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입니다. 심판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마이크 던지고 내려갈 수 있어요."
속 시원하다.

"삼성! 더 이상 투수가 없어요. 이러다가 선동렬이 올라오는 거 아닙니까?."
재미있다.

인천SK대 삼성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지난 16일. 문학구장 한 편에 마련된 방송 부스가 '떠들썩'하다.
SK의 10번 타자격인 편파방송 '보이는 라디오' 진행 때문이다.
   
 

개그맨 염경환(40)과 전문 캐스터 이진욱, 그리고 특별히 객원 해설을 맡은 인천고등학교 출신 양승관 전 인하대 감독 등 3명의 수다가 스마트폰 앱과 SK홈페이지,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를 통해 동시에 생중계로 이어졌다.

석연치 않은 볼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보는 눈이 엉망이다. 초등학생이 더 잘 보겠다"며 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박경완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자 "대단하네요. 안 피합니다. 저런 모습에 후배들이 투쟁심이 생깁니다. 머리라도 들이대자는 식이죠"라며 격려한다.

"치어리더 보세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마구마구 몸을 흔듭니다. 한국시리즈 타이틀이 '마구마구'아닙니까?"며 우스갯소리도 이어진다.

SK팬이라면 편파방송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며 중독된다. 10번 타자 '보이는 라디오'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그렇게 SK의 승리로 이끌었다.

▲편파방송의 매력
   
 
SK 보이는 라디오는 편파방송이다. 만약 방송이라고 해서 최소한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방송 오프닝 멘트부터 편파방송은 시작된다. 염경환은 방송 초입부터 청취자들을 향해 공개 경고한다.


"SK를 좋아하는 팬 여러분, 그리고 그냥 다른 팀 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임신부·노약자·마음 약한 분들 및 타 팀 팬들은 가급적 저희 방송을 듣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다른 방송 들으세요. 기분 나빠집니다."

인천 토박이인 염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삼미슈퍼스타즈를 응원한 열혈 야구팬이다. 인천 구단 계보부터 선수 점수까지 줄줄 꿴다.

본인 말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시구할 때부터 야구팬"이란다. 염경환의 부족한 전문적 야구 지식은 함께 방송하는 캐스터 이진욱이 책임진다.

두 사람 모두 "골수 SK 팬이라면 안 듣고는 못 버티는 매력적인 방송"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은 염경환의 재치있는 입담과 이진욱의 중심잡기가 주를 이룬다. 혹여 염경환이 샛길로 빠지면 이진욱이 잡아 주는 식이다.

하지만 청취자는 염경환의 샛길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냥 즐기는 겁니다.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경기를 보듯이 말이죠."
보이는 라디오의 매력은 친근함이다.

▲새로운 시도
염경환은 보이는 라디오의 매력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중계방송 내내 팬들로부터 트위터로 메시지가 올라온다.

"ID kkgogo쓰시는 분, '역전안타 고고'라고 보내주셨네요.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SK가 반드시 승리하겠죠."
메시지는 방송 시간 동안 500여건이 올라온다.

경기 내용은 물론, 팬들의 기분과 경기 상황, 진행자의 감정까지 트위터로 나눈다.

일례로 하루는 방송을 진행하는 데 방송 부스 앞쪽에 앉은 관중이 닭을 먹고 있었다. 두 진행자가 "맛있겠다"고 연발하자 트위터에 '내가 치킨을 보내 주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곧이어 따끈따끈한 통닭 두 마리가 도착했다고.
   
 

두 사람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닭을 먹었다. 그야말로 실시간 피드백이다.

염경환은 최첨단 매체를 국내서 가장 먼저 시도한 점을 높이 샀다.

편파중계는 기존 국내 구단에도 시도됐던 방송이다. LG가 2009년에, 넥센이 올 시즌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는 건 SK가 최초다.

염경환은 "누구보다 선진적인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돈도 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라며 웃었다.

"일반 공중파 방송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편파방송은 오로지 SK만을 위해 중계되기 때문에 제약이 없죠. 경기장에 보는 야구보다 방송으로 듣는 야구가 더 재밌지 않습니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보이는 라디오'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선보였다.

우선 문학구장 홈경기는 기존 진행자인 방송인 염경환 해설위원과 이진욱 캐스터 외에 선수 출신 객원 해설자가 투입됐다.

또 원정 경기는 서포터즈와 함께하는 응원 방송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미있는 편파 방송에 서포터즈의 활력 넘치는 응원이 결합된 원정 중계방송은 시청하는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SK는 인천을 위해 열심히 야구할 겁니다. 우리도 SK를 위해 더욱 열심히 방송할 겁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순간을 '보이는 라디오'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세히, 또한 가장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보이는 라디오'는 스마트폰 전용 와이번스 어플, 아프리카 TV,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 가능하며 진행자가 구단 응원 트위터(@skwyv_cheering)로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

삼성! 더 이상 투수가 없어요. 이러다가 선동렬이 올라오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