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진단과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지방정부에도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청문회는 지난 6월 선거 당시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돼 지난 7월 민선 5기 지방정부가 들어선 뒤 불이 붙었다. 정권이 바뀐 뒤 개방형 직위가 늘었고 이른바 '송영길 라인'이 이 자리를 꿰차자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인사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12일 인천시의회는 의회 의원총회의실에서 '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진단과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 강병수 인천시의원과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원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오병집 시 총무과장, 윤관옥 인천일보 정경부 차장,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박인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운영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인천시의회는 12일 의원총회의실에서'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진단과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인천시의회


지역실정 맞는 도덕성 기준 필요-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정부에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면 지역 실정에 맞는 도덕성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공직사회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기준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인천 지역에 대한 연고도 도덕성 기준에 포함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지역 연고를 필요 요건으로 하는 것이 다른 법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지만 인천 정체성 확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시의원들은 면책특권이 없다는 점과 후보자가 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책, 인사청문회 실효성 확보 방안 등 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이 인사청문회를 반대하는 논리로 악용되지 않도록 청문회를 시행하면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등 관련법 충돌 우려-강병수 인천시의원

인천시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판례 등을 살펴봤을 때 논쟁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특별법 등 관련 법이 충돌한다. 또 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점과 의회 감시·동제권한과도 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다.
상위법 개정을 놓고 전국 16개 시·도의회 의장 협의회가 요청한만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조례를 만들기 보다는 시 인사 규정이나 규칙을 제정해 인사 청문회 대상인 정부 부시장, 산하 공기업 사장 등을 임명하기 전 해당 상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있다면 청문회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도 위법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의 묘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상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인사추천위 구성' 단기적 대안-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정한 헌법의 정신에 비춰볼 때 인사청문회 도입은 필요하다. 최근 지방공기업의 부실을 줄이고 경영구조를 개혁하는 데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은 중요한 논거다.
인천에서는 누구를 청문회 대상으로 할 것인가. 거론되는 대상 기관은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발전연구원 등 시 산하 공사·공단과 경제자유구역청, 각종 사업 주체인 SPC 등이다. 이 기관을 모두 포함할 지, 점차 확대할 지는 검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이 우선이다. 시는 조례 등에 의한 인사청문회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인사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해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후보자의 기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집중 검증하는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


부실 운영땐 '정쟁도구'로 전락-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부단체장 인사청문회는 법적이나 사유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이와 달리 지방공기업 사장은 서열상 청문회 대상으로 적절하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어렵고 집행부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될 수 있는 타당성도 약하다.
오히려 인사청문회 운영이 부실하면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정쟁만 벌어지는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 후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도 갖고 있다. 여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청문회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원추천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거나 회의진행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과 지방공기업 사장의 경영성과계약제도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안,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3회에 걸쳐 인사비리가 적발되면 현직에서 사퇴하는 등의 조항을 담는 방안을 대안으로 찾을 수 있다.


우수인사 '전문성 검증'에 비중-오병집 인천시 총무과장

지방 고위직 공무원이나 지방공기업 대표를 임명할 때 시민 대표로 구성된 지방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한다면 사전에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어 시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률 위임없이 조례로 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면 인사권자의 법상 권한을 제한하고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위법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상위법에 청문회 도입 근거를 마련한 뒤 조례를 정해야 할뿐만 아니라 운영 역시 자칫 도덕성에 무게를 두다보면 우수인사를 영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만큼 전문성 검증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범운영 뒤 점진적 확대 검토-윤관옥 인천일보 정경부 차장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예상된다.
먼저 출석·답변 자료 제출을 거부했을 때 강제권을 발동·형사소추 근거가 없어 청문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또 검증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가 공개돼 인권 피해가 우려되고 검증 대상자 범위와 청문 범위 역시 모호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청문위원들이 왜곡해 발언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의 검증 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해도 면책특권이 없어 형사책임 소지도 안고 있다.
시의회가 전문가 그룹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실무팀을 구성,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한편 특정 지위에 한해 일정기간 시범 운영한 뒤 성과에 따라 확대 시행하는 점진적 인사청문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宋시장 인사 편중 … 검증 시급-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는 지난달 말 지방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지방공기업법 개정 건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주무부서에 전달하기로 했다. 또 지방공기업 사장 추천위원에 대한 지방의회 추천권을 앞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청장의 임명과정과 자질, 현안사항 등을 심문하기 위해 청장 증인채택을 해 오는 22일 국정 감사에서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쳥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인천은 인사청문회 도입이 시급한 지역이다. 최근 송영길 시장 취임 후 인사 내용을 보면 특정 대학과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요요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물론이고 개방형 직위에 대한 인사검증 장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시민사회와의 약속 지켜야-박인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운영위원

지난 6·2지방선거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단지 지방권력의 지형이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권력 성격 자체를 야권연대에 참여한 야당과 시민사회가 만들어낸 공동기방정부로 표방하고 있다.
선거 당시 야 3당과 시민사회가 합의한 9개 분야 88개 정책에는 인사청문회 관련 사항이 포함돼 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 도입'에서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를 둬 객관적이며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무부시장 및 공기업 임원 임명 때 도덕성과 전문적 능력 검증 장치로 의회차원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약속을 한만큼 이러저러한 이유로 청문회 도입을 반대하거나 회피하려는 태도는 시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정리=소유리기자 rainwor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