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축구대표팀 인천출신 전한울·김인지 선수


●꿈꾸는 소녀들을 만나다

오늘도 꿈을 향해 달리는 소녀들이 있다.
'축구'와 함께 그들의 꿈과 열정은 하루하루 단단해진다.
"재밌는 걸 어떡해요. 무엇이든 나만의 길을 만들어야죠."(전한울)
당당한 소녀들을 우린 영웅이라 부른다. 이억만리 낯선 곳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용감무식(?)하게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당당함이 영웅을 만들었다.
"축구는 놀이죠. 잘 놀다보니 어느새 훌쩍 자란 나를 발견했습니다."(김인지)
꿈이 있는 소녀는 아름답다. 그들의 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소녀들에게 긍정의 사고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꿈을 이룬 '축구여신'들을 만났다.
오랫만에 운동복을 벗고 교복을 갖춰 입은 앳띤 모습은 그저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 꿈이 있는 소녀는 아름답다. 그들의 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소녀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전한울(왼쪽)과 김인지를'영웅'이라 부른다. /정선식기자 ss2chung@itimes.co.kr



●소녀들의 수다

베이지색 자켓에 체크무늬 치마의 교복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검게 탄 얼굴에 반짝반짝 눈이 빛난다. 카메라 앞에 서자 교복 모델이라도 된 듯 갖은 포즈를 취한다. 어딜봐도 생기발랄 16세 소녀들이다.
인천출신 17세이하 여자축구대표 전한울과 김인지를 만났다.
인천디자인고 1학년에 재학중인 그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 '2010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 출전, 결승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주역들이다.
"귀국하니 뭐가 달라졌나요"(기자)
"미니 홈피요. 일촌 신청이 엄청 늘었어요. 방문자도 짱 많아졌고요."(전한울)
"친구들이요. 예전에 그냥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었는데 전화 통화도 많이 하게되고 친하게 됐어요."(김인지)
신세대다운 답변이다. 공부 잘하는 왕따는 있어도 운동 잘하는 왕따는 없는 법이다.
내심 정치권이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며 축구를 시작한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판에 박힌 대답을 신세대 축구천재는 거부했다.
"월드컵 출전 기간 부모님 보고싶지 않았어요?"(기자)
"얼마나 울었는데요. 엄마가 보고 싶어 많이 울었는데, 이젠 울지 않을래요. 절대로."(전한울)
"보고 싶었죠. 전화 통화도 제대로 못 하고. 저 뿐만 아니라 모두 그랬어요."(김인지)
가족과 떨어져 한 달여를 이국땅에서 지내기엔 마음이 여린 소녀들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우승을 통해 꿈꾸는 미래가 항상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음을 소녀들은 깨달았다. 그래서 더이상 외롭지고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외국 선수들은 몸이 무척 유연해요. 기술과 체형도 뛰어나고요. 그래도 더욱 열심히 뛰었죠. 그 방법 밖엔 없었어요."
오른쪽 날개 공격을 맡고 있는 김인지는 17세 이하 선수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비록 결승 무대에선 많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예선전에서 주전으로 뛰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드리블과 슈팅이 능한 전한울은 독일과의 예선전에서 출전,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최고의 나는 미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당당하면 그만이지 주변 눈치는 보지 않을래요."(김인지)
"내가 해보기 전엔 모르죠. 남이 뭐라건 재밌게 축구를 계속 할래요."(전한울)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묻자 소녀들은 "20세 이하 축구대표에 발탁, 주전으로 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소녀들의 소망

"월드컵을 통해 여자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명으로 출발했던 선수들이 영웅이 돼 귀환했다. 목에 건 우승 메달 효과가 컸다.
소녀들은 "여자축구에 대한 현재 관심이 반짝 분위기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 저도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한동안 축구 안 한다고 도망다녔으니까요."(전한울)
전한울이 과거를 떠 올리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여자축구에 대한 편견은 학교보다 학부모가 더욱 심하다. 여자 축구부를 창단하는 것보다 여자에게 축구화를 신기는 것이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소녀들은 "자신들에 대한 관심이 전체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이어길 희망한다"며 "이를 통해 대학팀과 실업팀 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부모님의 지지를 받고 있어요. 이젠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전한울)
"훈련을 할 수 있는 운동장도 많아지고 있어요. 기숙사도 많이 좋아졌고요."(김인지)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


전한울 선수는 …
·1994년 10월 23일
·인천출생. 신장 160㎝.
·센터포드(CF)
·동부초-가정여중-인천디자인고등학교
·정교한 드리블과 강한 슈팅 능력을 가지고 있어 프리킥 전담 키커로 나서고 있다.


김인지 선수는 …
·1994년 7월 5일
·경기도 광주출생. 신장 163㎝
·오른쪽 윙 포드(WF)
·송파초교-오류중-인천디자인고등학교
·17세 이하 선수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슈팅과 테크닉, 체력 모두를 겸비한 만능 플레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