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여고 2학년 X반 담임선생님께.

 『담임선생님 성함이 무엇이냐?』

 『아버지는, 또 편지 쓰려고 그러죠? 제발 좀 작년같이 그러지 마세요.』

 『…….』

 선생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이 정해지기도 전에 선생님께 편지 쓰려고 마음먹었었는데 그만 이렇게 늦고 말았습니다.

 담임선생님, 작년에는 제 딸아이한테 특별용돈을 주면서까지 담임선생님을 사진관으로 모셔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권유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었는데 올해는 아예 담임선생님의 성함마저 가르쳐주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사람들은 입으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합니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요, 지식의 창출과 습득 그리고 활용능력이 국가의 부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도 알고들 있습니다.

 『어린이와 민족과 조국을 위해서 정치의 첫째는 무엇입니까? 교육입니다. 두 번째는? 그것도 교육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것도 역시 교육입니다.』 「프랑스사」의 저자 쥴 미슬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작년에 무슨무슨 이유로 서울시내 초등학교가 일시에 휴교를 했던 스승의 날에 동창들과 함께 초등학교시절 은사님을 만나뵈러 간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은사님은 「왜 하필이면 교사가 되었노」라며 장탄식과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는데,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식구들한테 「다시 태어날 수만 있으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저 단순히 능력이 미치지 못해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라 평소 선생님을 우러러 보는 진실된 마음의 표현인 것입니다.

 X반 담임선생님, 우리 딸아이가 어느새 여고 2학년이 되었습니다.

 X반 담임선생님, 선생님을 공경할 줄 모르는 나라와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이며 인간사회의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일이므로 그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이야말로 그림자도 밟아서는 아니될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거룩한 존재이신 것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직분을 직업적 개념으로만 본다면 긴 사막을 걷듯 힘들고 고된 직업이 될터이지만 2학년 X반 담임선생님, 땅에 떨어진 교권이 우뚝 일어서고 옛날처럼 선생님을 하늘같이 받드는 바른 세상이 곧 올 것이므로 부디 힘을 내어 주십시오.〈애독자·학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