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천지역 규모가 제일 큰 산인 계양산과 문학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2백50만 인천시민이 너무 잘 느끼다시피 인천 환경오염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2년 전 인천의제21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인천시민 80% 이상이 호흡기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할 만큼 특히 대기오염의 정도는 전국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인천지역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인천항 주변은 고철·곡물·모래·목재 등 하역과 보관, 그리고 운송시 발생하는 먼지로 인해 온통 희뿌옇다. 오죽하면 인천시에서 금년 최대의 중점사업으로 지난해에 이어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겠는가.
 이외에도 도심 주거지에 남동공단과 부평공단 등 대규모 공업단지가 혼재되어 있고,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둘러싼 서구지역의 환경오염은 이미 버림받은 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처럼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천시민의 생활과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 그나마 대기오염을 정화시키는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는 계양산과 문학산 등을 개발하려는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환경운동 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계양산과 문학산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지니는 가치는 제외하더라도 전국 광역시중 녹지공간이 가장 열악한 인천지역의 사정을 놓고 볼 때 인천지역의 산들은 바로 인천시민의 삶과 건강을 지탱해주는 지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산의 경우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한다고 마구 파헤쳐 놓았는가 하면 제2경인고속도로로 산허리는 잘려나가 곳곳에서 파괴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비군 훈련장을 만들려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는가 싶더니 얼마전 인천시가 문학산 일부를 학익배수지와 주거지 조성사업지구 등으로 변경키 위해 공원해제를 인천시의회에 요청했으나 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와 시의회 건설위원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지금도 만신창이가 된 문학산을 얼마나 파괴해야 되는지 인천시장과 도시계획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계양산을 둘러싼 개발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계양산 주변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몇 해 전 롯데측이 대단위 놀이시설을 개발하려다 계양산살리기 시민의 모임이 결성되어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런데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진 계양산 뒤쪽 다남동과 방축동 일대에 경인화학에서 화약고를 짓는다고 한다. 이미 존재해 있는 군사용 탄약고에서 불과 1.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주민 몰래 토지를 사들이고 건설교통부의 승인과 계양구의 허가를 받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린벨트지역이지만 90여평은 화약창고를 짓기 위해 대지로 용도를 변경하였고 2천여평의 울창한 산림을 마구 훼손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현장에 움막을 짓고 결사 반대하여 지금은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주민과의 충분한 합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려는 업자들도 문제이지만 주민의 재산과 생활에 밀접한 위험시설물이 들어오는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허가한 계양구청장의 태도에 주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민선 자치시대에 주민의 뜻과 이익을 대변해야 할 구청장이 오히려 개발에 앞장서고 업자의 편에 서서 나 몰라라 팔짱만 끼고 있으니 도대체 민선구청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와 함께 계양산은 지금 한전에서 강행하고 있는 송전철탑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수난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부락 위를 관통하고 있는 송전탑 공사 역시 현 주민과의 아무런 사전 동의나 합의없이 강행하고 있다. 최근 전자파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널리 알려진 지금 주민의 건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락을 우회하거나 지중화, 아니면 다른 곳으로의 이주라도 해달라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외면한 채 주민공동시설물을 설치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유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살지 않는 군부대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고 사람이 살고 있는 부락을 통과해야만 하는지, 송전탑 설치공사가 사람을 위해 있는지 사람이 송전탑을 위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계양산의 아픔은 어디 이 뿐이랴. 신공항 고속도로를 위해 산자락을 잘라 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폭 200m가 넘는 경인운하를 만들어 계양산을 두동강이 내려하고 있다. 경인운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경제성이 없음이 이미 알려져 있고 수질 등 환경오염문제 역시 제2의 시화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계양산과 김포 강화로 이어지는 야생동물들의 이동이 끊어져 생태계의 엄청난 파괴를 가져오며 사회적 문화적 단절까지 불러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인천의 허파인 크고 작은 산들이 각가지 명목으로 이리 잘리고 저리 파헤쳐지는 이 엄청난 환경파괴 현장에서 인천의 환경단체들은 지난 7일과 8일 모임과 현장방문을 통해 중앙정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허가권자인 인천시장과 계양구청장에 대해 2백50만 인천시민의 이름으로, 지금 주민들의 극력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는 모든 공사에 대해 즉각 중지할 것을 결의하였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우리 인천지역에서 산과 녹지는 바로 생명과 같다. 생명줄을 끊으려는 그 잔악한 짓은 앞으로 더 이상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유종반-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