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선거인 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이슈들이 20세기 마지막 15대 총선때의 쟁점과 거의 비슷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에 대한 갈증을 낳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이번 선거에서 여야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곡목」들은 약간의 개사(改詞)와 정권 교체에 따른 노래 바꿔부르기가 있을 뿐 4년전 이맘때와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두 번의 총선에서 유사하게 등장한 이슈는 안정-견제론 공방을 비롯, 정계개편논란, 공천헌금, 중간평가론, 야권분열과 「2중대」 공방, 지역할거주의와 중부권 역할론, 보수원조론 등.

 또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을 계기로 창당된 민주국민당이 내세우는 「1인 보스체제 타파」는 4년전 이맘때 출범한 「무당파 국민연합」이 주장한 논리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정론과 견제론은 15대때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여당이 과반수를 얻어야 정국 안정이 온다』고 주장한데 반해 야당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강력한 야당으로 여당을 견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맞섰던 것이 입장만 서로 바뀐 셈이다.

 4년전 이 시점에도 정계개편 문제가 여야간 논란이 됐었다. 차이점이라면 이번 선거에선 주로 3야당이 정계개편을 놓고 3색의 전망을 내놓고 있는 데 비해 당시엔 여당내에서 3색의 정계개편 주장이 나왔다.

 당시 신한국당 김윤환 대표는 여소야대를 전제로 한 「보수신당론」을, 이회창 선대위원장은 「보수기조위에 개혁에 동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론」을, 박찬종 서울선대위원장은 「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제기해 여야간 논란을 일으켰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4년전 애용했던 「보수원조론」을 이번 선거에서도 다시 내세우고 있고 이한동 총재의 중부권 역할론도 이미 15대때 나왔던 주장이다. 특히 이한동 총재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권을 「독선, 독주, 독단」의 「3독」이라고 평한 것도 당시 국민회의가 사용한 표현이다.

 야당의 공천헌금 논란도 총선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국당간 공천헌금 논란에 여당인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끼어드는 공방구도는 4년전의 판박이다.

 중간평가론과 2중대론을 둘러싼 여야간 또는 야야간 공방도 총선이슈의 「반복법칙」에선 예외가 아니다.

 4년전 3월16일 신한국당,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4당의 부대변인들이 PC통신에서 벌인 토론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이 15대 총선을 「김영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자 신한국당측은 「안정속의 개혁을 통한 세계중심국가 진입에 대한 국민적 선택」이라고 되받았다.

 또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회의도 야권 분열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며 상대당에 대해 여당을 도와주는 「2중대」라는 오명을 씌우려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