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정치경제부장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이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 전반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이 외부충격에 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경험했다. 한국의 외환시장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왜소하고, 주식시장에 비해 외환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즉 평상시에 과도하게 증가하고 금융불안 시에 급격히 유출되는 단점을 가진 '단기외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4일자로 발표하는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시장이 주식보다 외부충격에 극히 취약하다. 국제 비교 분석에서도 '외환시장' 충격이 두드러지게 발생했다.
'외환시장'은 주요 38개 통화와 비교한 결과, 원화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가 위기 이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금융위기 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6.0%로 세계 주요 38개 통화의 변동성 평균인 7.0%보다 낮은 수준이었다가 위기 후 22.1%로 세계 주요 38개 통화의 변동성 평균인 13.6%를 크게 상회했다.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 51개 주가지수와 비교했을 때 위기 전·후 모두 비교대상 국가 중 중간 수준을 기록해 외환시장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주가지수 변동성(일별 수익률의 표준편차 기준)은 총 51개 지수 중에서 위기 전·후 모두 중간 수준인 30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한국외환시장'이 유독 크게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불안정성은 ▲단기외채의 회수에 따른 외화유동성 경색▲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왜소한 한국외환시장▲외환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압도적 영향력 등 세가지 원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4분기 은행부문의 단기외채는 1천593억 달러였으며 이 중 대부분이 단기차입금(1천462억 달러)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경우 은행부문 단기외채가 외화자금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외화공급원 역할을 수행해 단기외채의 회수는 외화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외환시장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왜소하다. 일평균 총 외환거래량은 5.4%로 일본(10.6%), 캐나다(9.2%) 등에 비해 적은 수준이며 한국과 유사한 7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외환거래 수준은 이들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외환시장은 외은지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외은지점의 거래 행태가 바뀔 경우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중 외은지점의 비중은 2010년 1/4분기 기준 51.8%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
이에따라 '평상시에 과도하게 증가하고 금융불안 시에 급격히 유출되는 단기외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대선 선임연구원은 "미시적 외환건전성 규제로 점진적으로 외은지점에 대한 차별적 혜택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동일영업-동일규제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거시적 외환건전성 규제로 단기외채 급증을 막기 위해 외화 레버리지 비율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존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단기외채 관리지표가 없다면 단기외채 문제는 지속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영업을 확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의 영업행태는 한국기업이나 현지교민들만을 주 대상으로 하는 등 제한적이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금융기관이 늘어나 해외수신을 확보하는 등 해외영업 확대가 필요하다. 원·달러 거래 중심인 외환시장을 다변화하고 무역거래에서 원화 결제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