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웅 화가

선거 혁명의 중심이 된 인천의 경우,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에 대한 실책과 구도심 재개발의 문제점이 시민들에 의해 평가받은 선거임이 분명해 보인다. 인천이라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배제된 그동안의 도시개발은 결국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따뜻함과 인간적 삶의 모습이 농축된 도시임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민과 함께 역사 문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도시가 아니라면 인천이란 도시는 그저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삭막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숲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살기 좋은 '어울림 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송영길 시장 당선자는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친환경 도시와 생활 속에 역사와 문화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송시장은 먼저 인수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인천시에서 진행해 온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함께 문화 중심도시로서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참고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세계적인 미술관 건립을 통해 문화 경제적 효과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 건립은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최적의 수단이며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일본의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처럼 천문학적인 경제 유발효과로 도시를 부흥시키며 도시의 이미지를 일신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또 도시의 예술문화적 아우라를 뚜렷이 하고 미술문화의 저변을 확대시켜 인천 예술인, 미술인들의 위상을 크게 격상시킬 수 있다. 인천 미술인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시는 그동안 인천과 일체 연고도 없는 이의 개인미술관인 일랑미술관을 예산까지 책정해 추진하였는데, 이런 발상이야말로 독단적인 관제문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인천을 문화 경제도시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인천문화재단 적립금을 1천억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이 설립된 지 5주년째인 지금까지 적립금은 목표액의 반인 500억원 뿐이기에 운영비를 제외한 사업비 일체를 시에서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인천문화재단은 아트플랫폼을 확장해 미술인들의 창작 스튜디오와 대안미술공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근대시설물과 건축물을 보존 개수하여 시민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 체험과 예술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민예술촌 또는 시민미술관으로 기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인데, 아트플랫폼의 경우 전문예술가 집단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번째는 도시 전체를 박물관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한 에코뮤지엄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근대 개항기 건축물 보존 및 활용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것으로 문화지구 지정을 확대하고 지금까지 진행해 온 박물관 역사관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재정비하여 '지역통째로박물관(에코뮤지엄)' 개념 아래 통합하는 것이며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살아있는 생활 속의 뮤지엄을 만드는 구상인 것이다. 이는 인천을 바다, 연안, 갯벌, 섬 등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살린 세계적인 에코투어리즘의 명소로 만드는 프로젝트와 연계되며, 기존에 추진하던 자연사, 생활사 박물관을 비롯하여 고려대장경을 기획하고 완성한 판각문화의 성지로서 인천의 역사적 특성을 살려나가는 여러 프로젝트를 하나의 맥락 속에 포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제 성장이 불가피하되 그 열매를 고루 나누는 복지형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일진대 새로운 도시의 성장 에너지는 분명 문화부문에 있다고 하겠다. 개발이익의 편중, 유출과 무분별한 투기로 인한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허상을 이제 단호히 폐기하고, 사람의 향기가 나는 친환경 미래형 문화예술 도시 건설의 원대한 꿈과 이상과 비전을 시민과 함께 한걸음씩 실현해 나아갈 것을 당선자에게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