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미국의 한 유명대학교 졸업생들에게 '다시 신입생으로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답과 좀 엉뚱한 결과가 1위를 했다.

'기숙사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룸메이트 하기'였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피부색, 다른 인종을 기숙사 동료로 생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 한 외국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밝히는 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내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을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그 사람으로부터 비평받고 함부로 평가되는 데서 오는 불쾌감 때문입니다.

내 생각만이 최고이고 진리라는 독선과 아집은 피곤하게 할 뿐입니다."

"똑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은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예의입니다.

따라서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든 리빙스턴의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중에서.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새 단체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이들이 취임한 지 2개월 동안 수십년간 비슷한 생각, 비슷한 행정, 비슷한 것들에 익숙해 져 있던 공직사회는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들은 이미 공직자간 정치성향을 파악하고 또 다른 편견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른 것을 택한 유권자들의 의미는 아마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변화를 싫어 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안정 등이라는 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다름'에 대해 익숙해 있지 않고 학습되지 않았던 과거 모습의 반영일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 등 '끼리끼리' 문화와 나와 다르면 극렬하게 반대하던 배타적인 과거의 잔재 등.
세계화, 글로벌, 다문화사회 등 이미 우리사회는 세계로 문이 열려 있다.

10여년동안 공직자들도 언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해외를 오가며 우리와 다른 세계를 향해 마인드를 넓혀왔다.

그리고 많은 외형적인 부분을 벤치마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가치관은 여전히 '끼리끼리' 문화와 배타적인 행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도내 한 지자체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일이다.

단체장이 바뀌자 이는 공직사회를 쇄신코자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공직사회는 변화와 쇄신은 커녕 단체장 헐뜯기에 나서고 있다.

끼리끼리 모여 행정방향을 제시하기도 전에 단체장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왜곡된 사실을 사법기관에 투서를 하기도 했다.

반면 신임 단체장을 옹호하던 공직자와 사회단체에선 이들을 색출하고 그동안의 차별(?)을 보복하려는 듯 극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민주화의 꽃인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회에 들어온지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남긴 것은 끼리끼리 문화와 배타, 분열이다.

한 지역을 사분오열로 찢어 놓기도 하는 병폐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짧은 기간에 비해 민주화 발전에는 많이 기여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다름'에 대한 유연함으로 한번더 성숙할 단계에 놓여 있다.

새로운 마라톤 출발선을 출발한 지자체들은 요즘, 4년간의 방향을 잡고 있다.

새로운 단체장과 공직사회는 시민과 주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라인을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을 조금씩 넘나들고 왔다갔다하면서 달릴 수도 있다.

나와 조금 다르게 달린다고 너무 비난하지는 말자.

다름에 대한 포용과 이해를 갖고 지켜보자.

똑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다.


/김창우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