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예술공방촌 이라고 하면 시민 중심의 문화 소통공간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창작공간을 말한다. 마침 올해 인천시의 문화정책 추진방향도 '시민이 함께 즐기는 문화도시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 공간의 확보와 프로그램은 곧 예술교육의 사회적 확산으로서 철학적 의미마저 커 보인다.

흔히들 예술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막대한 예산과 지원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와 일본이 세계의 디자인 강국이 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전통문화를 중요시 여기며 시민들의 예술 참여가 폭넓게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즉 아마추어로서의 예술 활동과 장인으로서의 기술적 역량이 튼튼했다는 점이다. 1920년대와 30년대에 일본에서는 '청미'(靑美), '시와 판화', '항구', '바람' 등 많은 판화동인과 판화잡지가 창간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히라쯔까 운이찌(平塚運一)의 시민판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일반 시민들이었음을 주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파도바 예술공방학교는 1866년에 세워진 공방으로 아마추어 수련생들을 체계적으로 학습시켜 보석세공과 직물염색에서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명문이 됐다. 또 베니스의 무라노 섬에 있는 스키아본(Schiavon) 가문은 400년간 유리공예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로마에 있는 판화공방 '2RC'는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오 폰타나, 헨리 무어와 같은 세계적인 화가와 조각가들이 이용했던 세계 최고의 판화공방이 됐다. 1919년에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독일 바이마르에 세운 바우하우스는 장르별로 체계적인 공방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의 조형이념과 공예의 기술교육을 결합시켜 유럽과 미국의 현대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를 느낀다.

이제 인천도 중구 해안동 아트플랫폼에 창작공간 확보를 위한 2차 확충공사가 있을 것이고, 부평의 송학사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시작 단계인줄 안다. 이번 기회에 이들 장소에 판화, 도자기, 만화, 염색, 금속공방 등 시민예술체험공간을 만들어 인천 주민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홍선웅 시민기자





홍선웅씨=중앙대 예대 회화과를 나왔다. 민예총통일문화예술위원과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국립현대미술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표지화를 작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판화가로 현재 전통먹판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