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6대 총선에서 「정책대결실종」이라는 비판여론을 피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본격적인 공약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공약에 대해 예산과 지원근거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로 「총선용 급조공약」 「우리당 공약 베끼기」 등으로 깎아내리는 비방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주당은 16대 총선에서 지역감정 문제와 색깔론 등의 쟁점화를 피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에 따라 최근 「1일1건 주의」로 각종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계기로 성폭력 친고죄 폐지, 여성근로자 산전·후 휴가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여성 정책공약 20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미 군복무 장병과 가족들을 위한 인터넷 면회소 설치, 휴대전화료 15%안팎 인하, 대학생 창업동아리 80개 신규 발굴과 우수 창업아이템 200개 선정 등을 통한 청소년 실업종합 대책, 전국에 산재한 달동네 지역 100개 지구의 상하수도 시설 개선 등을 위한 7백80억원 투입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동시에 한나라당의 농업정책 공약에 대해 「정책적 무지와 베끼기」라고 공격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98년 농업통계를 인용해 정부여당의 농업정책을 비난한데 대해 『농가 부채가 30% 증가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환율이 2배로, 자재값이 2~5배로, 유류대가 2배 이상 각각 뛰어오른 데 반해 농산물가는 폭락한 데 따른 것』이라며 『98년 통계야 말로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 나라를 망친 실정의 성적표인 만큼 누워서 침뱉기』라고 반박했다.

나라당도 뒤질세라 잇따라 「총선용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한구 선대위 정책위원장은 전날 향후 5년간 8조원 규모의 농어가 부채 대책비를 투입하는 내용의 농어가부채특별법 제정을 주장한데 이어 8일에는 추석·설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자고 긴급 제안, 공약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정책위원장은 이와함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교육비에 대해 100% 소득공제하자는 내용의 교육관련 공약도 선보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들 공약이 「선거용 선심정책」이 절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오히려 산전·산후 휴가 확대와 달동네 지원, 중고차 세금 감면 등 민주당측이 최근 제시한 공약들이야 말로 지난 대선때 공약을 재탕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선심공약」이 아니냐고 당 정책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민련은 이번 선거를 보수대연합을 통한 보-혁대결 구도로 몰고 가기로 한 만큼 공약도 보수층의 표를 끌어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자민련은 건설·교통분야에서 지난해말 55%선인 국민들의 자기집 보유율을 2005년까지 70%대로 늘리고, 대도시의 출퇴근 시간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군(軍)의 출납, 입찰, 계약, 인사, 병무 등 비리 우려가 있는 직위에 여군을 보임하는 등 여군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등 국방분야 공약과 ▲교원정년 63세 ▲자동차세 인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장애인 생계보조수당 인상 등의 공약도 발표했다.

 이처럼 자민련은 분야별 공약을 속속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약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등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이미영 부대변인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색깔이 불분명한 만큼 최근 발표되는 총선공약도 대부분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선심성 공약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정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발표한 농가부채 경감대책에 대해 『14조원중 7조원의 연대보증 부채를 정부보증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은 이미 현정부가 농민들로부터 신청을 받는 등 실시중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도 유세현장에서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돈을 끌어모아 선심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다시 나몰라라할 것이므로 어려움이 다시 올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특히 한나라당이 발표한 추석과 설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방안에 대해서는 『교통문제 해결대책이 고려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의 여성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공약남발로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