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바빠진 일정으로 인해 역학칼럼을 쓰는 일이 매우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지곤 했다. 그럴 적마다 늘 초심의 마음을 갖자고 다짐 했다. 무엇보다 칼럼을 재밌게 읽고 있는 독자들을 생각할 때면 잠시나마 가졌던 자만심에 스스로를 반성 했다. 그러던 차에 본지 문화부에서 윗분의 지시로 칼럼을 종료해야한다는 통보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원고료 한 푼 없는 글을 한마디 불평 없이 십년 넘게 써준 것에 대한 감사와, 개인적인 미안함을 담아 전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귀찮고 번거롭던 일거리를 한 짐 내려놓는 기분이라 오히려 홀가분했다. 어찌하였건 그동안 역학칼럼을 연재하면서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고 앞으로도 세권의 책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칼럼과 함께 십년 세월을 많은 변화와 발전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지금에 와서 역학칼럼을 연재하는 일 자체가 내겐 이익이 아니라 시간을 빼앗기는 작업으로 느껴진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재밌고 유익하게 읽고 있다는 독자들의 전화를 받을 때면 잠시나마 이렇듯 계산적이었던 자신을 나무랐다.
그러면서도 막상 종료한다고 생각하니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아는 분의 소개로 본지 원로 언론인이신 분과 술좌석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역학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분이다 라고 그분께 필자를 소개하자, 그 분은 그동안 수고해 주어 고맙다는 말 대신, 그거야 자신의 선전효과를 보기 위해 쓴 것 아닌가, 대뜸 이렇게 답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혹여라도 이런 차원에서 역학칼럼을 종료하는 일이라면 그건 필자만큼도 못한 독자 사랑에 대한 실례다. 무엇보다 원고료 없는 글을 십년 넘게 쓰는 일은 독자에 대한 사랑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선지 그동안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독자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가슴에 저민다. 누구보다 이들의 맘을 윗분들은 진정 헤아리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졸필을 사랑해준 독자여러분께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예지연역학교실 원장 86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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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역학칼럼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