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예총의 변화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수봉공원에 자리한 인천문화회관을 찾았다.
인천예총 사무국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인천예총은 여전히 적막함과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허위허위 계단을 올라 2층에 닿았을 때였다. 갑자기 생생한 기운이 감지됐다.
이게 뭐지?
그 알 수 없는 생동감은 2층 연습실에서 새나오는 것이었다.
수십개의 악보대,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얼마전까지 문이 꼭꼭 닫힌 채 텅텅 비었던 2층의 넓은 공간은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변해 있었다.
인천음악협회가 창단한 인천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습실이었다.
그들은 전날 저녁에도 수십여명이 나와 연습을 하고 돌아갔다고 인천예총 관계자들이 전해줬다.
연습실을 지나 사람들의 소리가 나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선 김재열 인천예총 회장을 비롯해 미술·음악·연극·연예 등 산하 협회장들이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음악협회 사무실에선 이종관 회장을 비롯해 몇 명의 상근자가 밝은 음악 같은 표정으로 책상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활짝 열린 문, 바쁘게 오가거나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 14일 목격한 인천예총은 분명 몇달 전까지의 '너무도 조용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무국에서 만난 김재열 회장은 "회원 4천여 명을 가진 조직이 그동안 너무 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진 것 같다"며 "현재 시민들을 향해 활짝 열린 예총을 만들기 위해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용두사미가 될지 아닐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그날 목격한 예총은 분명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예총은 과거, 뛰어난 예술가들을 배출해 온 인천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예술혼은 증발하고 제도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회원들이 공연이나 전시를 하면 '집안잔치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라는 혹평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이는 인천 출신 실력 있는 일부 작가들의 이탈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지금도 몇몇 예술가들은 예총에 아예 가입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올릴 뿐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인천예총은 시민들의 예술향유권을 위한 조직이라기보다 '회원에 의한, 회원만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돼 왔다.
수장인 회장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예총 회장이라면 적어도 인천의 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장소를 가든지 다른 단체장, 나아가 인천시장과도 같은 테이블에서 동등한 입장으로 행동하고 대접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시 산하조직이 아닌 사단법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 자체가 인정을 못 받고 힘이 떨어지다보니 회장마저 위축돼 시의 하부조직 정도로 위상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예총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마침 송영길 인천시장은 당선 전, "문화 정무부시장제를 신설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시장의 '문화적 마인드'에 대해 잔뜩 기대가 부풀어 있다.
잿빛도시를 문화예술이 만발하는 도시로 탈바꿈시킨 원혜영 전 부천시장의 예에서 보듯, 단체장의 마인드는 그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 시장의 문화 정무부시장제가 구두선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실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인천예총은 지금의 초심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선배들이 쌓아 놓은 금자탑을 재건하고, 위상을 재정립하려면 지금처럼 마음을 다잡았을 때 황소처럼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인천예총은 지역문화예술의 심장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인생을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신선한 문화예술의 피를 인천 구석구석에 공급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행복한 미소로 넘쳐나는 예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김진국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