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9월, 처음 30여쪽 분량의 「밥」을 내놓을 때만 해도 그의 의도는 소박했다. 인천의 고교생에게 인천의 역사문화 등을 알려 고향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그들이 욕구불만을 쏟아놓을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본래는 인천청년회의소 회장으로 일하는 등 지역사회 일에 폭넓게 관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대상 유가 정보지를 발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욕심을 버리고 무료 잡지 「밥」을 탄생시켰다.

 「밥」은 만들어진 초기부터 청소년들의 구미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패션, 연예오락, 컴퓨터, 만화잡지에서부터 심지어 성과 관련된 음란물 등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매체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들이 유명 연예인이 표지로 나오는 현란함도, 세련됨도 없는 타블로이드판 평범한 잡지 「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 누군가에게 확 풀어놓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풍부하고 진솔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밥」이 이 사회에 던져준 메시지라면, 「역시 청소년들은 든든한 우리의 희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외래문화나 흥미위주의 연예오락에만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진지하게 나누고 싶어하고, 사회·가족·자신의 장래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존재라는 점을 「밥」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밥」이 18호까지 낼 수 있었던데는 이같은 독자들의 열렬한 요구외에도 매달 수천만원씩의 적자를 감수하며 호를 이어온 이씨의 뚝심과, 청소년과 같은 눈높이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준 열린 마음도 한몫했다. 그는 변변한 광고주가 없는 상태에서 월 수만부의 잡지를 찍어 무료로 배포하는 일에 대해 초기 수개월간 계속발행 여부를 놓고 고심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잡지를 잘 만들겠다고 부지런히 뛰는 학생리포터들과 편집진, 그것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수많은 고교생들을 생각하니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채 2년도 안된 기간에 인천 서울 부산 등 전국 16개 주요도시에서 각각 지역 청소년들 소식을 담아 50여만부 발행되는 거대 잡지로 성장한 「밥」. 그 기반을 바탕으로 이씨는 2000년대 새로운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청소년잡지 발행인에서 청소년문화사업가로 변신하는 것이다.

 올 가장 큰 사업은 인터넷 사이트 「마이밥」(www.mybop.net)의 개통이다. 수개월의 준비기간과 자금투자를 거쳐 3월1일 정식 오픈될 이 인터넷 사이트는 국내에서는 처음 운영되는 청소년 포털사이트라는 점에서 잡지 「밥」 못지 않게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이씨는 전망하고 있다. 전국 청소년 누구나 들어가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나눌 수 있는 이 사이버공간 역시 청소년들이 만들어나간다.

 다음은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행사 개최다. 전국청소년 만화선수권대회, 방학중 전국학생 200여명 선발 금강산 여행 등 매년 청소년을 위한 문화사업을 펼 계획이다.

 수익보다는 투자에 집중했던데서 벗어나 앞으로는 수익사업도 벌인다. 이씨는 『궁극적으로는 교육재단을 설립해 교육전문가들로 하여금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사업을 펴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며 『수익사업도 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마련의 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사업의 하나로 그는 「밥」을 브랜드로 한 학생전문안경점 운영 등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 학생 부담을 덜어주고 수익도 올리는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자칫 청소년교육문화사업이라는 당초 순수한 사업목적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점차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질문에 이씨는 『사업 수익은 대부분 청소년을 위한 교육적 사업에 투자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역대 어느 잡지들보다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월간지 「밥」. 이제 「밥」은 어느 한 개인이 발행하는 잡지가 아니라, 전국의 청소년들이 주인이 돼 키워나가는 그들의 공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씨는 『한 일도 없는데 뉴리더로 선정된 것 같다』며 『잡지 「밥」을 비롯해 여러 교육문화사업이 청소년들에게 정말 따뜻한 양식(밥)이 되도록 하겠다는 처음 뜻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