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송도 예찬론자'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난 2월 출간된 '석유종말시계'가 인천에서 화제다. 석유값 상승에 따른 인류문명의 대격변을 '예언'한 이 책에서 인천 송도가 미래도시의 전형으로 다뤄지고 있어서다.
 

   
 


최소화된 에너지 소비 등 여러 면에서 송도가 뉴욕·시카고 등 세계적 도시보다 앞선다는 게 지은이 크리스토퍼 스타이너(Christoher Steiner)의 진단이다. 미국 포브스지(誌) 수석기자로 일하고 있는 스타이너 기자를 독점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 달 초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이뤄졌다.


 

   
 

▲ 당신의 책 '석유종말시계'를 보면 송도국제도시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어떻게 송도를 사례로 인용하게 됐는가. 과거에 특별한 이유나 송도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 책을 쓰기 오래 전부터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자인 미국 게일(Gale)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2002년 게일이 뛰어든 국제업무단지(5.7㎢) 개발은 여러 모로 주목받을 만한 사례다.
2002년 당시만 해도 송도는 이제 막 매립이 시작되던 바닷가 갯벌이었다. 대규모 도시개발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던 때다. 냉정하게 보자면 게일은 일개 부동산 개발회사일 뿐이다. 그런 회사가 이렇게 큰 규모의 도시를 짧은 시간에 통째로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점이 흥미를 북돋웠다.
안타깝지만 아직 송도에 직접 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포브스 코리아에서 일하는 기자, 게일 등을 통해 송도에 대한 방대하고도 상세한 자료를 받았다. 생각했던대로 송도는 강한 인상을 줬다.

▲ 송도는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계획도시다. 주거와 상업·업무, 문화 등 도시의 각 기능이 한 데 모여있다. 당신이 책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송도가 어째서 미래도시의 원형이라고 보는가.
- 송도 정도의 규모로(면적 53.3㎢) 개발된 계획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규모 만으로도 감탄할 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땅에 계획도시를 만들 수 있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텅 빈 광활한 매립지 위에 전혀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고 이는 그 자체로 대단한 위업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본다.
송도는 '통합도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일상생활과 일, 여가 등 삶의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가능하도록 도시 전체가 설계됐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일하러 가고 퇴근한 뒤에도 역시 승용차를 끌고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에서 여가생활이 가능하다.
송도는 또한 에너지와 자원을 최대한 덜 쓰는 도시다. 석유고갈과 관련한 책을 쓰면서 송도를 핵심사례로 꼽지 않을 수 없던 이유다. 이 모델은 이미 미국 교외의 여러 도시에 적용되고 있다.

▲ 송도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이다. 하지만 송도는 그동안 본연의 목표인 외국인직접투자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돈을 벌 만한 기업환경이 열악한 탓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송도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난 2년 간 세계 부동산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외국인투자 부진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송도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 자유무역을 위한 기반구축과 최상의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마련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만 차분히 갖춰 간다면 기업들은 자연스레 모여들 것이다. 문제는 끈기다.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 '석유종말시계'는 석유에 의존한 인간문명이 직면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에게 그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지침을 제시해 주신다면….
- 나는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바꾸는데에는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석유가 고갈될 미래에 대해 미리 준비한 만큼 삶의 변화는 쉬워질 것이다.
내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언은 바로 이것이다. 걸어서 생활하기에 알맞은, 굳이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곳을 선택하라.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는 앞으로 당신이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원유 값 상승때마다 세계경제 대격동"
스타이너 '송도, 도시문명 희망' 서술

 

   
 
'석유종말시계'는 원유 1갤런(3.78ℓ) 당 가격이 2달러 씩 오를 때마다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6달러가 되면 전 세계 모든 SUV 차량이 멈춰 서고 8달러가 되면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다는 식이다. 저자의 책 머리글 제목은 '우리를 기다리는 세상'이다.
이런 지평에서 저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도시문명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송도를 역사 상 유례없는 계획도시로 평가한다. 53.3㎢(1천611만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도시를 통째로 만든 사례는 50여년 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이후 처음이라고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송도는 주거와 상업·업무, 공원, 문화시설 등 도시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 20세기 세계의 주요도시들이 무작위로 몸집을 불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출·퇴근하려고 먼 거리를 차로 오갈 필요가 없으니 당장 석유소비가 크게 줄어든다.
저자는 송도의 건물과 도시기반시설이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구축된 점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게일(Gale)과 포스코건설이 참여한 송도 국제업무단지(5.7㎢)에 주목했다.
주요 건물들은 재활용 건축자재로 지어지고 효율 높은 단열재가 쓰인다. 엘리베이터에는 기어가 없어 보통 엘리베이터보다 에너지를 75%가량 덜 쓴다. 시멘트도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정도 줄인 제품이다. "송도의 아파트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은 집에서 지하철 시간과 건널목 신호주기를 미리 확인한 뒤 딱 맞는 시간에 집에서 나와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승강장에 서 있을 것이다" 저자가 묘사한 머지 않은 미래의 송도다.


'석유종말시계'를 쓴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노스웨스턴 대학에선 저널리즘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학도의 길을 걷다가 언론계에 뛰어든 보기 드문 경우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한 도시환경공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국 10대 신문의 하나인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에서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의 대표 경제지 포브스 메거진(Forbes Magazine)에서 수석 보도기자로 일하고 있다. 공학도의 전공과 경험을 살려 그동안 에너지와 환경문제, 기술·혁신 등에 대한 다양한 글을 써 이름을 알려왔다.
스타이너는 '석유값이 계속 오르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하는 우연한 물음에서 '석유종말시계'를 쓰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올해 2월 우리나라에서 초판이 나온 뒤 3주 만에 3쇄가 발행됐다. 그는 현재 일리노이주에서 아내, 아들과 살고 있다.

/노승환기자 blog.itimes.co.kr/todif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