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서 전시'월식'에서 영감 … 퍼즐 블록으로 표현디지털 사진작업 통해 예술세계 확장


화가보다는 해반문화사랑회 해반갤러리 관장으로 여전히 지역예술계에 익숙한 최정숙 작가다. 일체의 문화예술운동을 접고 화가로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 벌서 7년전 일이다. 그사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전을 두차례 열었다. 한번은 중국에서, 한번은 인천에서. 이후 지역내 크고 작은 그룹전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의 전화가 뜻밖이었던 것은 그래서다. "개인전합니다. 오실거죠?" 두문불출 했던 최정숙이 3년만에 외출을 알려왔다. 죽기살기로 작품을 했다고 전하는 화가의 말에서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많은 이들에게 내보이려고 작정하고 준비한 전시다. 30일부터 7월7일까지 '퍼즐 블록-사물속의 작은 우주'라는 타이틀로 서울 종로 인사아트센터에 자리를 편다.

 

   
 


▲퍼즐 블록

전시에 앞서 찾아간 그의 작업실에는 퍼즐블록을 연상시키는 정방형의 판들이 가득했다. 3년전 개인전에서 보여준 블록보다는 크기가 커졌다. 얼핏 만들어 가는 방식은 유사한 듯 해도 전반적인 느낌은 확연히 달라졌다. 무지의 상태에서 보기에도 작업이 결코 녹녹하지 않으리라는 감이 다가온다.

붓작업을 하던 화가가 사진을 택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지닌 그가 디지털 작업으로 재진입을 시도한 것도 한없이 어색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의심에 가득찬 주변의 시선을 깨고 스스로의 예술세계를 확장해나갔다.
 

   
▲ 베개속의 작은우주1


출발은 사진작업이다. 도심을 걷다 발에 채인 돌맹이와 꽃, 나무, 여행지에서 만난 일상의 잡동사니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를 토대로 컴퓨터안에서 작가적 감각을 입혀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인화지로 출력된 이미지는 원판의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다음은 디지털 그림을 수백, 수천의 정방형 조각으로 자르는 작업으로 넘어간다. 정확히 가로 세로 5 ㎝ 크기다. 작가는 이를 이미지 해체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더이상 원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작업에서는 원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정방형을 가득채우는 원을 그리고 네 곳 모퉁이에 색을 칠한다. 혹은 반대로 원안에 색을 입히기도 한다.

"지난해 개기 월식이 있었잖아요. 그를 목격하면서 얻은 울림입니다. '우주'라는 화두를 줄곧 안고 사는 나에게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정한 원을 그려넣음으로서 소행성을 상징화해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
본격적인 작업은 이제부터다. 각각의 조각을 보드 위에 붙여나간다. 가로 다섯, 세로 다섯씩 모두 25개를 붙이면 하나의 판이 완성된다. 25개짜리 판은 무려 200개나 만들었다.다음은 130호짜리 캔버스를 놓고 판을 붙여나간다.

캔버스 위를 단순하게 채워는 것이 아니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 퍼즐을 맞추듯 진전시켜나간다. 비정형의 형상들은 결국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완성된 작품은 더이상 사진이거나 디지털의 자리에 놓여 있지 않다. 구체적인 상은 해체된 후 작가의 감성을 통해 조립됨으로써 카메라로 기계화 됐던 이미지들은 다시 아날로그화 된다.
 

   
▲ 사물속의 작은우주1



▲사물속의 작은 우주

조각을 맞추다 드러난 형상이 '우주'라는 개념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우리몸의 세포가 우주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주에 관한 천문학 서적을 찾곤했지요. 과학자적인 접근은 아니지만 시각예술을 전공했던 눈높이에서 끌림을 느꼈습니다."

작업 과정이 즐거웠던 이유도 머리속에서 꿈꾸었던 사고들이 구체적인 과정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꿈꾸는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 만나 우주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늘 마음속에 있지요. "

전시 타이틀을 '사물속의 작은 우주'라고 붙였다. 작품 제목도 '꽃과 나무와 돌멩이에 담긴 우주' '도시 한모퉁이 속의 우주' '달 뒤로 숨은 해'라고 명명했다. 치환된 이미지의 원류를 찾아가다보면 집 뜰의 나무이거나 지난 여행 찾은 맨하탄의 거리 혹은 지하철, 개기 월식 이미지에 맞닿아 있다.

"근원적인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자가 결국 커다란 우주를 만들어 내듯 사소한 형상의 조각들을 꿰어 작업하는 순간 일상에서 우주를 꿈꾸지요."

 

   
▲ 일식2


▲노동, 그 즐거움
"오랫만에 붓을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다시 시작한 일이므로 온 시간을 쏟으려 마음먹었지요. 3년전 전시를 하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더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친구가 풀어주더군요. 부족할 지언정 전시로 내보여야 공부가 된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전시장 대관 신청을 하고는 온시간을 작업에 매달려 살았다. 어느 하나 수월한 과정이 없었다.

"문득문득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론은 즐거움입니다. 노동이란 과정은 고통스러울 지언정 겪어야만 값진 무엇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우기 우주의 순환 질서를 표현해보겠다고 나선 일인데 작은 에너지라도 다른 곳에 쓸 순 없지요. "

죽을만큼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전시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내속에 있는 것을 비로소 꺼내놓는 일이잖아요. 시대적인 상황속에서 과연 잘한 것인지, 가능성이 있는 지 평가받는 일이 떨리지 않겠어요. 나는 아직 프로가 아니므로 조심스럽습니다." 전시 오프닝은 30일 오후 6시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