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조촐한 가족식사로 대신"
칠순잔치 비용을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천노인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새싹회'에 전달한 사람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문원동에 사시는 조용기(70)여사.

조 여사는 지난 7일 과천시노인복지관에서 지역 어르신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어버이날 및 증축기념 행사'에서 자신의 칠순비용 1천만원을 노인회 강찬기 회장에게 아이낳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써달라며 전달했다.

과천에서 30년째 살고 있으며 최종수 과천문화원장의 부인인 조 여사의 이번 기금 전달은 남편이 주축이 돼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입지 효 문화제' 사업에 과천시노인회 회원들이 돼지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모은 400여만 원을 내놓으며 힘을 보태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조 여사는 "많이 부끄럽고 또 적은 액수지만 칠순잔치 대신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는 일에 쓰게 돼 오히려 내가 영광이고 기쁘다"며 "우리 최씨 가문의 15대 조상인 '입지 최사립'(조선시대 때 임금으로부터 효자정문을 하사)의 효행을 기리고, 효 문화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남편의 '입지 효 문화제' 사업에 지역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신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여사의 이 같은 결정에 남편 최 원장과 자녀들도 흔쾌히 동의했고 지난 5일 어린이날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것으로 칠순잔치를 대신했다. 하지만 자식들 입장에선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요즘은 옛날과는 달리 입맛 없어서, 배불러서, 살쪄서 못 먹은 시대에 음식 한 끼 대접한답시고 손님들을 초청해 민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며 "돌아가신 시어머니 88세 미수 때 초대장에 축의금 일체 사절이라는 안내문구를 적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봉투를 챙겨와 내미시는 분들 때문에 적잖이 곤욕을 치렀는데 이번엔 그런 일 겪지 않게 돼서 좋다"고 홀가분해 했다.

1941년 동갑내기이면서 평생을 과천 한 곳에서 살아온 현 최 원장에게 지난 63년 시집와 1남 2녀와 2남 5녀의 손주를 둔 그는 99세의 일기로 2007년 세상을 뜨신 시어머니를 정성스레 모셔온 공로로 여러 차례 효부상도 받았다.

과천시노인회 강찬기 회장은 "베푼 만큼 거둬 들이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조 어르신처럼 맑고 향기로운 인품을 지니신 분이 과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흐뭇하기 그지없다"며 "어르신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는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과천=권광수기자 blog.itimes.co.kr/k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