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
며칠 전 인천에서 20년 가까이 회사를 꾸려온 한 중소기업인을 만났다. 일 때문에 일본을 다녀왔다는 그는 다짜고짜 "인천에도 다시 지역은행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중소기업인들이 지역은행에서 낮은 이자로 쉽게 돈을 빌리는 모습이 부러웠다는 것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지역은행을 되살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우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처럼 최근 인천 중소기업인과 일부 정치권에서 지역은행을 다시 만들고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인천에서 지역은행(옛 경기은행)이 사라진 것은 지난 1998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경기은행은 당시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에 합병됐고, 인천은 12년 가량 시중은행의 독무대였다.

실례로 경기은행이 없어진 1998년 시중은행의 인천지역 금융권별 대출 비중(중소기업 대출기준)은 59.9%이었던 것에서 2000년대 들어 70%를 육박, 지난 2008년엔 무려 78.6%를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은 1998년 32.9%에서 2000년 23.8%, 2008년 21.2%로 갈수록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부산과 대구, 광주시 등 지역은행을 갖고 있는 다른 지역과 견줘보면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 3/4분기 부산과 대구지역의 시중은행 총 대출 비중은 각각 37.8%, 31.6%였고, 광주는 27.8%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의 시중은행 총 대출 비중은 무려 52.8%로 16개 광역시 중 가장 높았지만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20.9%로 광주(27.6%)와 부산(21.6%)보다도 낮았다. 지역은행이 사라진 자리를 시중은행이 독점한 반면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의 기능은 되레 뒤쳐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중은행은 날씨가 좋을 땐 우산이 되다가도 비나 눈이 오면 우산을 접는 이중적인 대출 태도를 보이며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인들의 애를 태우기 일쑤다.

독점은 시장경제에서 늘 부작용을 낳고 그 피해는 결국 서민에게 돌아간다. 인천시와 지역경제기관 등이 지역은행 설립과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황신섭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