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565 )
월미도에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던 때였다. 인천고 출신으로 후에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안병태 제독이 사령관을 맡고 있었는데, 하루는 필자를 불러주어 모처럼 영내를 두루 구경시켜준 일이 있었다.

그날 안 제독의 말씀은 장병에 귀감이 될 만한 비(碑)를 세우려고 하는데 그 내용과 문맥을 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의 한 대목인데 역자에 따라 다소 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가지 안 가운데 최종적으로 정한 것은 "신에게는 아직 전함 열두 척이 남았나이다."였다. 그 한 마디 속에 담긴 비장·담대한 위국충절의 단심이야말로 지위 고하를 떠나 해군이 지녀야 할 덕목일 듯싶었다.

안 제독의 절친한 교우였던 고 정공훈 새얼문화재단 상임이사도 좋다고 해 3인이 '합의(?)'를 한 후, 서예가 청람 전도진 선생에게 글씨(예서)를 부탁해 세운 '장계비'는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다시금 숙연케 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슬프다, 부하를 남겨두고서/상여만 고향으로 돌아가누나"며 그를 추모했었고, 일본 명장 '도고 헤이하치로'에게까지 "나를 이순신에 비기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며 존경을 받았던 그였다.

오늘 28일로 충무공 탄신 제465주년을 맞는다. 최후의 노량대첩 때, 그는 "싸움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단 말을 내지 말라"며 향년 54세로 순국했다. 탄신일을 앞두고 천안함 참극이 터져 나라가 뒤숭숭하다. 바라건대 해군은 충무공의 후예로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의연하게 대처해 주었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