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564 )
'무상급식'을 6·2 지방선거의 이슈 공약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쪽은 진보이다. 소요 예산이야 어떻든 빈부를 떠나 국가가 모든 학생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주겠다는 혁명적인 안에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에 질세라 보수도 기상천외의 발상을 냈다. 인두세 냄새가 나는 '고향세(故鄕稅)'를 신설해 시군구에 냈던 주민세의 30%를 자신의 출생지에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진보처럼 그 안을 선거 공약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래저래 선거판에 농락당하는 건 유권자들이다. '무상급식'이든, '고향세'든 간에 돈은 모두 유권자들이 내는 데 저들은 입만 가지고 생색을 내는 꼴 아닌가. 이런 식의 좌우 공동 포퓰리즘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명분이야 그럴 듯하다. 하지만 센티멘털리스트들이 말하는 '무상급식'은 미봉적 평등주의의 실현이라는 점을, 로맨티스트들이 내세우는 '고향세'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지난 1백여 년 동안 이주민의 러시로 인해 받은 불이익과 고통이 커 이주세(移住稅)라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없지 않았는데, 거꾸로 그들이 내는 세금조차 '고향'에 되물려 주겠다니 무슨 얘기인가 싶다.

우리 고장 인천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역색이 없는 개명된 도시다. 인천에 와 살면, 인천사람으로 다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그 포용력을 업신여겨 섹트적 향우회에나 열을 올리고, 심지어는 "인천을 우리가 경영해야 한다"고 나서니 큰 문제다. 거기에다 집권당이 표를 의식해 지역주의 아궁이에 불까지 지피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