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정책을 제대로 펴고 있는지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가 '공공주택 재고비율'이다. 여기서 공공주택 재고비율은 해당 지역 전체 주택 중 20년 이상의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며 공공주택으로는 영구·50년 공공·국민·전세 임대주택 등이 해당된다.

최근 인천경실련은 국토해양부의 '2008년 임대주택편람', 인천광역시의 '2009년 주택종합계획' 등 관련기관의 자료를 취합해 '인천시의 공공주택 재고비율'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공공주택 재고비율(2008년 현재)은 총주택수의 2.4%에 불과했고 이는 전국 평균(2.7%)에 못 미치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광주(5.3%), 서울(4.0%), 대전(4.0%), 대구(3.1%), 부산(2.8%)보다도 뒤처졌다.

인천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가구가 전체가구(87만5천189가구) 중 4.3%(3만8천69가구)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천시의 공공주택 재고비율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가구를 끌어안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차상위 계층까지 주거취약계층으로 분류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도시개발 사업을 통한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 및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

안타깝게도 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건설한 아파트 공급유형을 보면 총 4천902가구의 아파트 중 중대형 분양아파트는 전체 공급량의 86.8%(4천257가구)를 차지한 반면 국민임대아파트는 5.1%(250가구),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공공임대는 8.1%(395가구)에 불과했다. 인천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가구수와 비교해 볼 때 조족지혈에 불과하며 모양만 낸 수준이다. 최근 인천도시개발공사에게 확인한 임대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신청대기자 수만도 1천720여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도시개발공사는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개선 명령을 이유로 임대아파트 건설 등 공공성이 강한 비수익성 사업의 시기를 늦추거나 그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난센스 같은 상황이다. 정부의 경영개선 명령이 나오게 된 배경은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무리한 공사채 발행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를 차단하고자 전국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평가한 결과 취해진 조치다. 정부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설립취지를 모르고 이런 조치를 취한건지 아니면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영이 너무 문제가 많아 극단적 처방을 내린 건지 알 방도가 없다.

다만 그동안 인천시와 도시개발공사가 각종 도시재생사업 및 경제자유구역사업 등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재정건전성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논란을 대비해 보면 후자가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가능하다. 상황이 어찌됐든 이번 도시개발공사의 선언은 그들이 펼쳐온 각종 개발사업의 부실논란을 공공주택사업 등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설립취지에도 맞지 않은 결정이며 인천시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변명일 뿐이다.

따라서 인천시와 도시개발공사는 그동안 시정의 중심에 놓았던 '명품도시' 정책 속에 서민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정책을 제대로 준비했었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내걸고 개발한 무수한 아파트와 빌딩숲 속에서 정작 서민 및 주거취약계층의 보금자리가 없다면 이처럼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인천시가 현재 수립중인 주택종합계획(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하여 수립하는 10년 단위 계획)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이 보장된 주거복지지원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는 사회적 합의과정도 거쳐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인천시나 도시개발공사 내에 주거복지를 전담할 수 있는 부서신설을 요구한다. 굳이 해비타트(Habitat) 정신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이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요구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