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돛대의 기능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 배를 움직이는 것이다. 배 한 가운데 세운 것을 한판돛대, 이물엣 것을 이물돛대라고 하는데, 한판돛대를 10% 내지 20% 더 길게 만든다. 배가 크면 클수록 돛대의 크기도 비례해 크다.

그러나 증기선이 등장하자 돛대의 기능은 완전히 달라졌다. 풍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무선 안테나와 선등을 가설하거나 각종 신호기를 게양하고, 망대를 설치하기도 한다. 아랫쪽에는 대개 하역용 기중기를 달아 사용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돛대는 배의 상징으로 부각돼 있다. 화려한 깃발을 올려 매단 위용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하나하나에 무슨 의미가 있는진 몰라도 힘차게 펄럭이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동경과 열정을 느끼게 한다.

옛 기록을 보면, 각국공원(지금의 자유공원)에 돛대 하나가 서 있었다. 제물포해전 때 월미도 앞 해상에서 러시아 군함 코리예츠 호 등에 선제 공격을 가해 자폭케 한 치요다(千代田) 함의 것인데 볼품은 별로 없어 보였다.

'조선총독부가 제물포해전의 승전을 기려 세운 것으로 그들은 그날을 '인천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하였고 늘상 '동양인이 서양인을 물리친 최초의 전쟁'이라며 자랑했지만, 그 돛대는 역사의 바람에 묻혀 행방이 묘연하다.

최근 문화재청이 군함의 돛대를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하였다고 한다. 1949년 미국서 도입한 '백두산함'의 것이라고 한다. 해군의 첫 전투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한제국의 첫 군함 '양무호'의 역사도 결코 잊을 수 없다. 국사편찬위가 근대 해군사 연구에 더욱 분발해 주었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