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예술인 - 42 성남아트센터 사장 이 종 덕
40여년 예술행정 '노익장' 발휘

복합문화공간 새지평 개척 평가


로저 노링턴 내달 6일 내한 무대




40여 년간 무대예술 뒤편에서 그림자처럼 살아온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75)은 2010년을 아주 특별하게 보내고 있다. 올해가 바로 대한민국 문화예술 지형도를 바꾼 성남아트센터 개관 5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예술행정 40년 CEO 이 사장은 알찬 콘텐츠로 공연·전시분야에 새 지평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배고프다. 그래서 올해 문화집회시설 준공에 맞춰 미술관 신관을 개관하고 문화강좌시설과 레스토랑·이벤트광장을 비롯한 시민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대한민국 문화지형도를 바꾸다
성남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그에게 성남아트센터 사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 고민이 컸다.
"지난 2002년 6월28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했을 때 아쉬움과 미련은 공허감으로 다가왔다"고 회상하는 이 사장은 4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통해 실전으로 익혀온 예술경영 노하우와 노익장의 면모를 성남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사장은 움직이는 사람이다. 셋만 모여도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일이 정해지면 주저없이 추진한다. 이같은 열정으로 성남아트센터는 최고의 공연장으로 등극하게 된다.
"2005년 10월14일 개관한 성남아트센터의 오늘은 100만 성남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애정의 산물입니다. 우수한 시설과 수준높은 공연 전시, 지역사회 안팎을 선도하는 창의적 문화·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성남을 빛내고,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가 주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개관 이후 공연 전시를 찾은 관객수만 올 3월15일 기준, 284만명을 넘기면서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대해 아직도 어렵고, 낯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공연장을 쉽게 찾지 못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는 점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안배하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며, 문화소외계층을 공연장으로 초청하는 문화나눔(문화공헌석)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고 있다.


#. 5주년 다섯가지 색깔을 입히다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5주년에 맞춘 다섯가지 키워드를 '혁신·소통·열정·품격·충격과 즐거움'으로 정하고, 맞춤형 빅5 공연을 선보인다.
5월6일에는 세계 음악계에 혁신을 일으킨 로저 노링턴과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첫 내한무대를 성남에서 펼친다.
8월에는 첼로요정에서 마에스트라로 변신한 장한나가 '앱솔루트 클래식 Ⅱ'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장한나의 지휘자 데뷔로 큰 화제를 모았던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을 장한나 프로젝트와 통합, 성남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젊은 음악도들이 한데 어울려 우정과 화합의 앙상블을 선사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성남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때 첫 내한 무대를 가졌던 지휘자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다시 성남아트센터를 찾는다.
한·이집트 수교 15주년 기념 오페라 '아이다'도 국내 초연 무대를 갖는다.
또 현대무용의 이단아 마츠 에크가 새롭게 해석한 '지젤'을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의 무대로 준비했다.
올해 기네스북에도 도전한다.
지난 3월5일 사랑방문화클럽 회원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사랑방 오케스트라'가 창단 공연을 가졌다. 오는 9월11일 예정인 제4회 사랑방문화클럽축제에서는 '시민이 예술의 주인공이 되다!'라는 주제로 1천명의 시민 색소폰 연주자들이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 모여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도전한다.
#. 지역밀착형 기획물 '남한산성'
성남아트센터를 하면 뮤지컬 '남한산성'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지난해 개관 4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창작뮤지컬 '남한산성'은 국내 창작뮤지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예매율 1위, 객석점유율 70% 이상 기록이 이를 반증한다.
"역사유적 남한산성은 성남을 비롯해 광주 등 인접도시가 공유하고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내고, 나아가 지역을 상징하는 특화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할 충분한 가치가 있지요."
지난해 성남과 수원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오는 10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로 진출한다. 내년 이후 본격 해외진출을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 한국의 '댜길레프'를 꿈꾸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이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놀림 받고, 한국에 와서는 '쪽발이'란 소리를 들었지요. 요즘 말로 완전히 '왕따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963년부터 문화공보부에서 20여년간 봉직하고 그 후 다시 20년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88'서울예술단 단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 공연예술 CEO로 활약하면서 한국 공연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문화계 마당발'로 통하는 이종덕 사장은 "내 인맥을 두고 '거미줄 사교'라고 하는데 남을 도와주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나의 진면목을 알고 친교 관계를 갖게 된다"며 인맥형성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그는 아직도 꿈을 키우고 있다.
인생 롤모델은 러시아의 발레 프로듀서이자 무대미술가인 예술행정가 세르게이 댜길레프다.
"안나 파블로브나, 니진스키 등 그가 키운 러시아 예술가들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요. 가끔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과연 나는 댜길레프처럼 유명한 스타를 키워냈는가. 고개가 끄덕여지기보다는 가로저어지는 쪽입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지금도 한국의 댜길레프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성남=이규식·강현숙기자 (블로그)kang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