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제복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착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데 있다. 평범한 상품도 '판매 기간 한정'이라는 문구로 선전하면 그에 뭔가 특별한 성능이나 효험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가 제복에는 배어 있다.
60년대 인천여고생들의 교복은 눈이 부셨다. 두 어깨 위에 드리운 흰 칼라와 감색 옷감, 초록색 크로버 배지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순결한 존재'였다. 교복은 그들 청춘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입을 수는 없다.
그 같은 제복의 원조는 군복이다. 한동안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여고생의 '세라 복'은 수병의 복장을 본 딴 것이었고, 경찰관, 소방관, 교도관, 철도원은 물론 아파트 경비원 등 민간의 유니폼도 군복을 차용한 것이다.
그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디자인을 통해 임무 부여, 기강 확립 등을 명시하여 특수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케 하자는 것이다. 나라마다 형태는 각양각색이지만 자국 군인에게 군복을 입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복에는 명예와 위엄이 있다. 착용하는 순간 자신의 삶에서 최우선 가치는 국가이며, 그 안위에 목숨을 걸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의지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교복 착용이 교칙 준수를 뜻하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천안함 생존 수병의 집단 기자회견은 다소 혼란스워 보인다. 회견 자체도 그렇지만 군복 대신 돌연 환자복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행할 수 있다면 어느 경우에나 긍지로써 착용해야 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군복을 국민 앞에 벗어 보였던 것이다.
군 지휘부는 국민이 바라는 군의 모습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