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 동원 … 범죄심리 분석 …
적외선 열화상카메라·압흔 채취기 등 27종 장비 갖춰
연쇄 살인범 강호순 자백 '프로파일러' 결정적인 열할
"한국판 CSI 보러가자" 과학수사 견학교실 운영·호응



국내에서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등 갈수록 지능화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국의 과학 수사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미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을 해결하면서 과학 수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경기청은 지난해부터 첨단 장비를 통해 정확히 증거를 분석할 수 있는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을 운영 중이다. 특히 경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은 살인 및 방화 등 강력 사건의 현장에 투입돼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데 정평이 나 있다.

더불어 경기청은 영화나 TV를 통해 과학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견학교실'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드라마 'CSI'의 과학수사요원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과학 수사를 진행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경기청 과학수사계를 살펴본다.




▲증거물 다각적 분석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 초 과학 수사의 선진화를 위해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을 설치, 운영 중이다.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은 지방청 별관 2층 과학수사계 310㎡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시설에는 지문과 족적, CCTV 화면 등을 판독하는 범죄분석실과 사건 현장의 미세 증거물을 파악하는 증거분석실, 화학분석실이 있다.

첨단 장비로는 적외선 열화상카메라와 몽타주 작성시스템, 디지털 실체 현미경, 압흔 채취기, 반사자외선이미저, CCTV 정밀판독용 비디오포커스 등 증거물 분석에 반드시 필요한 27종의 장비가 갖춰져 있다.

적외선 열화상카메라는 사건 현장의 적외선 열에너지를 감지해 미묘한 온도 차이를 화상으로 알려준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망자의 피부 온도를 현장 출동시 측정해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기초자료로 참고한다.

또 실시간으로 얼굴의 온도를 잴 수 있어 용의자 진술의 거짓말 여부를 확인할 때 활용되고, 화재 재연실험에도 사용돼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CCTV 정밀판독용 비디오포커스는 CCTV에 찍힌 용의자나 용의차량의 모습이 희미할 경우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선명히 구현된다.

반사자외선이미저는 범행 현장을 자외선 랜턴으로 비춘 후 특수쌍안경으로 보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지문과 족적, 혈흔, 정액 등 증거물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사건 현장에서 지문과 족적을 수집하기 위해 분말을 칠하고 커튼을 친 후 플래시를 비추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장비다.

이밖에도 종이류에 압력으로 형성된 흔적을 재현하는 압흔채취기, 미세한 혈흔과 전선의 보이지 않는 발화 흔적을 감정하는 디지털 실체현미경도 경기청이 내세우는 첨단장비다.

▲연쇄살인범 입 열게 한 '프로파일러'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때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 현장의 정황 등을 토대로 범행 준비와 수법, 시신 처리, 도주로 등 범죄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해 범죄 동기 및 행동, 용의자 특징 등을 추론해낸다.

DNA, 지문, 족적 등의 생물학적 증거를 분석하는 것과 달리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경기청은 당시 강호순의 여죄 수사를 위해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소속 권일용 경위와 경기지방경찰청 범죄분석팀, 프로파일러 3~4명을 투입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강의 축사에 있던 화물차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과 피해 여성의 실종 지점에서 강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 등을 내보이며 자백을 권유했다.

앞서 경찰은 강의 축사를 수색해 화물차 안에서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혈흔이 묻은 옷가지 등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혈흔의 DNA가 2008년 11월 실종된 주부 김모(당시 48세)씨의 것과 일치했다.

강씨는 프로파일러가 이같은 증거를 내밀며 심리적인 부분을 압박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동안 범행 일체를 부인했던 강씨는 자신을 검거한 형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곧이어 강은 이미 밝혀진 2명 이외에 5명을 더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올해로 10년째. 지난 2000년 2월 서울경찰청이 감식계를 과학수사계로 개편하면서 범죄행동분석팀을 설치한 뒤부터다.

연쇄 살인이나 성폭행, 방화 사건 등 강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경기청에는 프로파일러 4명이 있다. 이들은 강호순 사건을 비롯해 안양 초등생 유괴 살해사건 때도 범인으로부터 다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내 진가를 발휘했다.


▲경찰의 과학수사를 체험해보자
영화나 TV드라마에서 과학수사요원이 범죄 증거물을 분석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과학 수사에 관심이 많은 단체와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견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첫 견학에는 지난해 5월 9일 일선 경찰서 과학수사요원의 자녀 20여명이 참가했으며 그동안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학생, 화성서부경찰서 명예경찰 소년단원, 춘천 자람학교 학생, 시흥 능곡초교 학생, 수원 우만사회복지관 학생 등이 강의를 들었다.
참가자들은 경기청 과학수사계 소속 몽타주 요원과 검시관, 거짓말조사관 등에게 거짓말탐지, 법최면 등 과학수사 전문분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동영상 시청과 지문·족적 채취기,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를 둘러보게 된다.
또 과학 수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지문 채취 및 몽타주 그리기 등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참가대상은 초·중·고교생을 비롯해 전·의경 어머니회 등 협력단체 구성원, 학회·연구모임, NGO 등 관련단체 구성원, 공공기관 임직원 및 사회지도층 인사, 경찰관 및 가족 등의 단체 및 개인이다.
신청방법은 경기청 인터넷 홈페이지(www.ggpolice.go.kr)를 통해 과학수사 견학교실 신청서를 다운받아 접수하면 된다. 궁금한 점은 경기청 과학수사계(031-888-2602)로 전화해 문의하면 된다. /박종대기자 (블로그)pjd
/사진제공=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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