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학생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인권보장의 단초'라는 의견부터 '학교 현장을 잘 모르는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까지 찬반 논쟁이 열띠다. 그간 수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의 모습을 요약하면 대체로 조례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세부적인 몇몇 조항에는 '이견'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이 논의가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 등과 맞물리면서 좌·우 또는 보수와 진보의 담론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특정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유·불리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논의의 '뜨거움'은 조심스럽다. 기왕의 논의가 의미 있게 교육현장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이 '뜨거움'을 잠시 접고, 인권이 논의되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평을 먼저 정확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최소한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있는 가치나 이념을 전제하면서 갈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문제가 좀 더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에게 이 이념을 가르칠 때 자유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먼저 설명한다. 그 이유는 왜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되는지, 왜 자유주의가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는지, 민주주의 이념이 왜 인간의 존엄성인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에게 왜 자유가 소중한지를 물어보면 뜻밖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답변을 못한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당당히 말할 수 없다면, 아마도 왜 '너'의 자유와 권리가, 더 나아가 '우리'의 자유와 인권이 중요한지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시민에게 요구하는 가치나 덕목은 무겁거나 두터운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것에 무엇보다도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존중(self-respect)을 바탕으로 상호존중(mutual-respect)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는 협동과 단결, 공동체의식의 가치가 크게 강조되고, 실제로 많은 교사들도 이 가치의 교육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지나친 개인주의적 가치관이나 인권의 강조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협동과 단결, 공동체의식이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마저 심하게 침해하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건강한 공동체일 수 없으며, 집단주의의 또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오늘날 어느 일방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지는 단결이나 협동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준비 중인 인권조례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지향점과 고민이 무엇인지 헤아려 볼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유주의의 정신에 기초하면서도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학교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작은 문제를 확대하여 이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정책이나 지침도 결국 학교의 선생님들에 의해 실천된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은 정책과 지침의 '새로운 시도'로 인해 의도하지 않았던 '역할 갈등'과 '역할 긴장'의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수용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학생인권조례가 교육현장과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왔다고 믿고 있고 학교, 교실의 모든 현장에서 실천되길 진정으로 바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류민권 오산 성호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