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특파원 근무를 끝내고 귀국하기 직전 회사의 배려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시절 5·16군사혁명과 6·3사태를 겪으면서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대학이라기보다는 격동의 한시대가 응집된 무대였다. 대학신문 편집을 맡고 있던 필자는 캠퍼스 무대에서 분출하는 갈등들을 겪고 기록하면서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감했다.
일생에 한번 뿐인 청춘과 낭만을 구가하거나 국가와 자신을 위해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이 4년을 보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유럽대학의 전통과 지적 분위기에 콤플렉스를 느끼면서 우리 대학의 현실을 떠올릴 때의 심경은 정말 착잡하기만 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뉴턴과 다윈 같은 인물을 배출한 유서깊은 대학으로 교수들의 강의는 한마디도 놓치기 아까운 명강이었다. 옛 교회건물을 개조한 식당에서는 제복을 입은 나이든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경칭을 붙여가며 식사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트리니티를 나온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대형초상화가 걸려있는 식당에서 은으로 만든 고급식기에 식사를 서비스받는 학생들은 이미 영국이라는 나라로부터 미래의 지도자로 대접받고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학생들 역시 행동에 절제가 있었고 학업에 진지하고 열심이었다.
새얼문화재단에서 17년째 발행하고 있는 황해문화는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달에 나온 '대졸자 주류사회의 문제점과 위기의 대학'특집은 21세기 우리 대학의 안타까운 현실을 8개의 각기 다른 글을 통해서 심층분석하고 있다. '대졸자 주류사회, 이제는 바뀌어야된다'는 글을 읽으면서 서울대학교와 캠브리지대학 시절의 감회가 교차되는 느낌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