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유치원 원아들이 부르는 동요에 '텔레비젼'이란 것이 있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텔레비젼에 엄마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어쩌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게 아닌데… 싶었다. 원아들은 말을 문법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나 노래를 통해 익히는데, 어쩌자고 '내가 나왔으면… '인가 말이다. 바로 말하면 '나온다면'이 백번 맞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말을 이리 막 쓰고, 또 되지도 않는 영어 조기교육까지 시켜 어휘력을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는가 하면 발음을 양인(洋人)처럼 할 수 있도록 한다며 혀수술까지 한다니 말세다.
어른이라고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좀 배웠다는 이들이 속으로는 아예 제 나라 국어를 무시해 툭하면 무슨 '아트프랫폼'이요, 무슨 '아트센터' 라고 하니, 길거리 간판도 영어에 일어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판이다.

그뿐이 아니다. 비문(非文) 쓰기를 밥 먹듯 하는 문인들, 독해 난망의 판결문을 거리낌없이 읽는 판사들, 심지어는 문법에 어긋나는 졸문을 수두룩하게 실은 국어교과서를 보면 나랏말의 운명이 처량할 뿐이다.

최근 교사들의 국어능력이 100점 기준으로 65점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말을 가장 정확하게 구사하여야 할 그들이 문장쓰기의 첫 단추인 띄어쓰기를 제 멋대로 해 판서(板書)를 했다니 장문(長文) 판사들과 피장파장인 셈이다. 국어 파괴의 한 주역이 교사와 판사라니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