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우리 조상들은 연초에 내리는 눈을 서설(瑞雪)이라면서 반겼다. 새해의 상서로운 눈을 풍년이 들 징조로 보았던 것이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예사롭지 않은데 폭설이 가세하고 있어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올 겨울 워싱턴의 누적 적설(積雪)은 141.2㎞를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23만명에 달하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휴무함으로써 4억5천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월초에 내린 대설의 잔설(殘雪)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계속 눈발이 내리고 강원도 영동지방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해지는 등 눈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 무대는 유자와이라는 온천마을이다.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유자와의 선거철이 되면 제설(除雪) 작업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하겠다는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쓴다. 유자와에는 금년에도 2~3m에 달하는 눈이 내렸지만 설원(雪原)의 고속도로를 차량들이 시속 80km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제설차들이 도로변에 설벽(雪壁)을 만들어 놓고 도로표면을 깨끗이 치워놓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며칠째 마비되고 있었지만 워싱턴 갑절로 눈이 내린 유자와가 정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설국에서 살아온 노하오 덕분이다. 설산(雪山)에서 나뭇가지마다 가득한 설화(雪花)를 즐기기에는 지구촌 곳곳의 설상(雪霜)이 심상치가 않다.

겨울철을 음미할 수 있는 설경도 좋지만 더 이상 지구촌에 설해가 없었으면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