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예술인 - 36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전 무 송
4년째 도립극단 수장 … 버팀목 역할

단원관리·무대점검 그의 손 거쳐야


연극 '헬로우 오복성' 27일 이천공연


시아버지役 직접 열연 … 극재미 더해





올해 나이 70세, 연기경력 50여년. 배우 전무송의 삶은 화려하다. 아직도 방송, 영화, 연극 무대에서 농익은 연기를 만날 수 있다. 그에 반해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전무송의 경력은 이제 4년차. 지난 2006년 8월, 평생 연기만 하던 그가 도립극단 안살림을 맡게 됐을 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단원관리부터 정기·기획공연, 순회공연 준비, 무대 점검까지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도립극단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도립극단 기획연극 '헬로우 오복성'에서 외국 며느리를 반대하는 시아버지 역할로 열연하기도 했다. 전 감독을 만나 올해 도립극단의 청사진과 50년 연기인생을 들어봤다.


#. 다문화 가정 프로젝트 '헬로우 오복성'
다문화 가정의 희망 에피소드극 '헬로우 오복성'이 오는 27일 경기도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 오른다.
불의의 트랙터 사고로 의족을 하게 된 주인공이 농사를 그만두고 차린 중국음식점 오복성에서 태국인 아내 '라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문화 가정의 에피소드를 엮은 휴머니즘 연극이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쓴 김태수 작가의 창작 초연작으로 수원여대 장용휘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이찬우, 김종칠, 김미옥, 이승철, 류동철 등 중견 연기자와 한범휘, 김길찬, 임미정 등 도립극단 단원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전 감독의 꼬장꼬장한 시아버지 역할이 극의 재미를 더해 볼만하다.
"국내 외국인 이민자 수 100만 시대를 맞아 고고하게 백의민족을 부르짖는 일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전 감독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현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예술인이다. 예술인은 그 시대의 아픔을 소재로 원칙적으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슈를 통해 전체의 문제를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말하고 싶었다. 연극 한 편으로 다문화 가정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지만 행복이라는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더불어 살아가는 휴머니즘에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하는 연극이다."


#. 배우, 교수, 감독 …
1941년 황해도 출신인 전무송은 유년시절을 인천에서 보냈다. 인천중학교, 인천공고 재학시절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
1964년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현 서울예술대학) 1기생인 그는 졸업작품으로 서울예술대학 설립자이자 총장인 극작가 동랑 유치진 선생의 작품 '춘향전'과 '마의 태자'를 통해 데뷔하게 된다.
1975년 국립극단에 입단해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갔다. 60~70년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80~90년대 영화로 무대를 옮겨 배창호, 임권택, 김기영, 이명세 등 내로라 하는 유명감독들과 작업을 하면서 대중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현재는 안양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초빙교수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젊은이들과 섞여 지내니, 마음이 늙을 새가 없다. 나는 특별한 교재없이 강의한다. 오로지 유치진 선생께 배운 가르침과 배우활동을 하면서 직접 겪은 경험담을 전달만 하고 있다."
도립극단 수장으로서 그라고 해서 왜 고민이 없을까.
"도립극단 감독으로서 군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최고의 극단은 훌륭한 단원에서 시작된다. 훌륭한 단원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기초예술은 관객들의 관심이 없으면 사라진다. 도립극단도 후원회가 활발하게 운영돼서 단원들이 배우 본연의 일에만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조화라고 강조한다.


#. 제대로 보고·듣고·표현하기
평생 무대에서 살아온 그의 연극 예찬론은 끝이 없다.
"현대인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음이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예술은 아름다운 틈을 만들어 준다. 특히 연극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 여유를 준다."
그에게 있어 무대는 우주만물이 존재하는 곳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는 '신성한' 장소다. 그래서 항상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돈 5만원을 벌기 위해서 연극을 하지 말고 미친듯이, 열심히 연극을 했더니 돈 5만원이 생겼다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돼라."
이런 조언을 후배들에게 하게 된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삐딱하게 보였던 젊은 시절이 있었던 때문이라고 말한다.
"드라마센터를 다니던 시절 술 먹고 객기를 부렸다. 어느 날, 유치진 선생이 부르시더니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선생의 가르침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평생숙제로 남아있는 화두다. 그래서 무대에 설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할 것이다."
전 감독의 올 한해 스케줄은 빡빡하다.
오는 4월 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굿닥터'(가제)를 시작으로 가정의 달 5월1~5일 '헬로우 오복성' 앙코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올 12월에는 '체호프단막극'(가제)을 계획하고 있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연기다.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단원들과 하나가 돼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려 한다. 경기도민을 위한 도립극단의 희망가는 올해도 계속된다."

/강현숙기자 blog.itimes.co.kr/kang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