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눈 ▧
만유인력의 발견이나 전기의 발견과 같은 과학의 발전은 '소수'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절대군주 정치에서 민주주의 정치로의 발전은 '다수' 국민의 의식 변화로 이뤄졌다.

따라서 과학발전만을 위해선 그 방면에 능력이 뛰어난 소수를 키우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선 다수의 민주의식이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

이런 점을 볼 때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은 소수 우수한 학생들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거나 반대로 다수의 보통 학생들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들이 한편으론 맞고 다른 한편으론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안정된 국가를 위한 사회의 통합이나 민주적 규범을 강조할 경우는 다수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고, 과학과 같이 개인의 능력이 더 요구되는 분야에선 그 분야에 뛰어난 소수를 중심해서 집중 교육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해선 남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며 과학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이미 알려진 교과서의 정답에 만족치 않고 보다 새롭고 남다른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로 하여금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 안정된 사회통합과 과학적 재능을 가진 인재 양성과 미래사회 발전을 위한 최고의 교육목표가 될 수 있는가.

수능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 모두가 사회통합에 더 확실한 신념을 가진 학생들이라고 볼 수 없으며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과학적 소양이 더 뛰어난 학생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더 없이 강한 집중력과 인내력의 소유자이자 대입 관련 문제풀이를 더 많이 하고 정답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오래 훈련된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통합 교육이 성공하려면 각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 선택과 교육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인생의 성공과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사회의식이 변화될 때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이처럼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획득해 소위 명문대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보내는 것이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최고의 교육 목표가 될 수 없음에도 학벌 위주의 오랜 관습은 명문대에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회통합에 필요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품성을 가진 학생들이라도 수능 점수가 낮으면 사회적 성공의 필요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남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가려는 과학적 소양을 가진 학생들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 같다.

수능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의 절대목표가 되어선 안 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현실은 학벌과 출세 중심이라는 오랜 사회적 관습이 그 어떠한 이성적 판단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관습은 사회변화와 함께 나름대로 조금씩 변형돼 왔으므로 단번에 바꾸기 힘들다.

하지만 건강한 형태로 조금씩 바뀌어 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대입만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한 초·중등교육은 본래의 교육과정 목표와 유리된 채 왜곡될 수밖에 없다.

또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수능 성적이라는 잣대만으로 인생 등급이 매겨지고 개인의 행·불행이 결정되는 사회는 결코 국민 개개인을 위해서도, 국가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최고 교육이란 곧 수능 준비'란 생각에서 비생산적이고 기계적인 반복교육만 계속한다면 사회통합도 어려울 뿐더러 세계 무대를 선도할 창의적인 인간을 키워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진정 지속발전이 가능한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인지 냉정하게 우리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되돌아 봐야 한다.
 
/노현경 인천시교육위원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