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새밭을 지나 10여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니까 독신 남자들만 기거하는 합숙소가 나왔다. 오늘이 합숙소 담요를 꺼내 먼지를 털고 일광욕을 하는 날인지 합숙소 앞마당과 뒷뜰에 거무죽죽한 담요들이 늘려 있고, 오후의 잔광이 내리 비치는 양지쪽에는 웃통을 벗은 죄수들이 쭈그리고 앉아 이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앙상하게 불거지는 갈비뼈가 애처롭게까지 느껴지는데도 그들은 그 왜소하고 가냘픈 몸뚱어리를 감출 생각은 않고 신참 여죄수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넋 나간 듯이 바라보며 보위원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독신자 합숙소를 지나 돌산 계곡 안쪽으로 15분 정도 더 들어가니까 넓은 운동장과 남향받이 산비탈에 돼지 돈사와 계사, 그리고 토끼집과 염소집이 들어서 있는 축사가 눈에 들어 왔다.

 어느 방향일까? 서쪽으로 점점 기우는 해를 옆으로 삐딱하게 등지고 있으니까 아마 축사 동남쪽일 것이다. 운동장 지표면보다 2미터 정도는 더 높게 계단식으로 평지를 만들어 그 평지 위에 그렇게 크지도 않은 그만그만한 바라크(baraque)형 가건물이 두 돌산 사이로 뚫린 하늘을 보며 다섯 동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다.

 보위원은 죄수들을 바라크형 가건물 앞에서 세운 뒤, 제일 왼쪽에 서 있는 큰 건물이 관리소에서 복무하는 보위원들 숙소와 식당이라고 설명했다. 그 옆 건물은 당 위원회 사무실, 중앙에 있는 세 번째 큰 건물은 관리소 사무실, 그 옆에 있는 건물은 당 위원회 비서(소장직 겸직)와 부비서 집무실 겸 숙소와 위생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맨 오른편 길쭉한 건물은 관리소 창고라고 설명해 주면서 축사 뒤쪽 산밑을 보라고 했다.

 약 200미터쯤 떨어진 산밑에도 가건물이 세 동 서 있었다. 그중 왼쪽 건물은 도망자나 사고를 친 죄수들을 임시 감금해 놓는 감옥이고, 중앙에 있는 건물은 채석작업 중 몸을 다치거나 질병으로 몸져누운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 놓는 의무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맨 끝 건물은 관리소 보위부 예심실이라고 했다. 이 보위부 예심실은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이니까 오늘 입소한 수감자들은 그 곳으로 불려가 예심을 받지 않도록 관리소 규율을 잘 지키라고 엄포를 놓듯 말했다.

 『기럼 곧장 부비서 동지한테 인사를 드려야 하니까니 잠시 기다리라우.』

 14명의 수감자들을 이열횡대로 세워놓고 보위원은 당 위원회 부비서실로 뛰어갔다. 성복순은 이런 곳에도 당 위원회가 있고 비서와 부비서가 있는가봐 하며 혼자 놀라고 있었다. 보위원을 따라 계곡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쿵쿵 남포소리만 살벌하게 울리는 큰 돌산 두 개밖에 눈에 들어오는 것 없었는데 두어 시간 보위원을 따라 계곡 안으로 들어오니까 소라나 고동의 내부 방추형 계곡처럼 군데군데 사람을 감금하고 혼쭐내고 부리는데 필요한 기구들은 다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으스스 몸이 떨려 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