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세련되면서도 당당한 그러면서 관능적인 열정을 지닌 H는 요즘 말로 골드미스에 해당되는 여자였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상무가 사십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가 H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 보면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한 직업의식과 주체성이 강한 소유자일거라는 추측이 되었다. "그동안 선을 숱하게 봤지만 그녀와 견줄만한 여자는 없었어요." 특히 섹스에 관한한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 했다.

H의 차림새는 단정했지만 묘하게 발산하는 걸음걸이가 꽤나 관능적인 자극을 주었다. 도도하면서도 생기발랄하고 요염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그녀만 보면 언제나 새로운 감각으로 가슴에 열정이 넘쳤다.
그런데 김상무가 런던지사로 발명 받아 삼년 동안 떨어져 있는 동안 안타깝게 그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러한 H와의 추억이 그리워 그는 꽤 오랫동안 다른 여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애인과 결별하고 돌아오면 아내로 맞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H와 다시 합칠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 필자를 찾아온 날이 한창 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5월이었다. 희망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육효로 뽑은 괘상은 택위태(澤爲兌) 초효(初爻)가 동한 괘였다. 변효(變爻) 재인(財寅)이 인사(寅巳)를 형(刑) 하고 재묘(財卯)에 자오묘유(子午卯酉) 도화살이 되어 분효(分爻) 4효운까지 결혼이 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추억이라는 그림자야 말로 또 하나의 무서운 내 마음이다. 그토록 사회적으로 지위와 학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짧은 인연의 만남으로 추억 속의 그림자와 살고 있는 그를 운명 탓으로 돌려야 할지 의문이다. 특히 평생을 통해 함께 가야하는 반려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간혹 추억이라는 그림자의 꼬임에 빠져 스스로의 삶을 한 발 후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운명의 법칙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음을 확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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