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햇빛이 드는 창가에서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것저것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지금 필자한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특별히 추억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어릴 적, 아들의 모습만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절로 난다.

사내아이치고 유난히 주방용품을 갖고 놀기 좋아했던 녀석은 어느 집을 가던 무조건 싱크대 안에 있는 그릇부터 꺼내 어질러 놓기가 일쑤였다. 그런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동네 꼬맹이들 중에 가장 소문난 개구쟁이가 되었다.

그렇듯 극성맞던 녀석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말수가 줄기 시작하더니 식구들이 묻는 말에만 예. 아니요. 짧게 대답하고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무엇보다 확실한 목표를 정해놓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내 아이라서 그런지 유독 더 대견하게 느껴졌다. 책상 앞머리에 커다란 글씨체로 '장래의 공학박사 여기서 공부하다. 서울대&하버드대' 라고 써 놓고 열심히 공부하던 녀석이 기특해 혼자 미소 짓곤 했었다. 그러던 녀석이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갑자기 진로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뉴질랜드서 유학중에 있는 사촌한데 여행 삼아 한 달간 보내준 적이 있었다. 거기를 다녀 온 후로 공대에 가지 않고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전투 조종사가 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타고난 팔자는 어쩌지 못 하는구나'하고 절로 감탄했다.

아들이 기사(己巳)일 11월(子)생으로 사화(巳火)가 용신이다. 巳중에 경금(庚金)이 월 천간에 투간(透干) 되어 土金 상관으로 이런 사람은 머리가 총명하고 영특하다. 따라서 巳火 용신은 천간으로 올라가면 병화(丙火)가 된다. 丙火는 하늘에 높이 솟은 태양(하늘)이다. 그런데 巳火가 역마지살에 해당하다 보니 하늘에서 역마란 바로 비행기 조종사를 뜻한다. 그러니 어찌 팔자를 속이고 살랴. 지금은 아들 목표대로 대한민국 공군대위로 전투조정사가 되었지만, 필자가 가장 어려운 시절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준 아들이다. 녀석의 생일이 곧 다가와서 그런지 촉촉해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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